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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B매니저들이 본 재산가 동향] “부자들 새정부 경제정책에 불안”
입력2003-01-29 00:00:00
수정
2003.01.29 00:00:00
조의준 기자
“부자들의 새 정부에 대한 불안감이 극에 달한 느낌입니다”
한 시중은행 프라이빗뱅킹(PB) 담당자의 말이다. 실제로 은행에 5억원 이상의 돈을 맡겨둔 자산가층의 새정부 경제정책에 대한 불안감은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는 게 금융계 주변의 전언이다. 최근 인수위가 잇따라 발표하고 있는 경제관련정책들이 성장보다는 분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보니 이들 자산가층에게는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이라크전쟁과 세계경제의 둔화 등 각종 악재가 겹쳐 돈굴리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어 부자들의 불안감은 점점 더욱 커지고 있다.
H은행 대치동지점 PB이용 고객 김모(56세)씨는 “종합과세한도를 줄이고 상속세율 대폭 올리겠다는 새정부의 제안을 좋아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가뜩이나 돈굴리기가 힘든 상황에서 정부가 자산가층의 힘만 빼고 있다”고 말했다.
◇새 정부 불신 극에 달해=최근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금액을 종전 4,000만원에서 1,500만~2,000만원으로 낮출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종전에는 종합과세대상에서 제외됐던 금융자산이 30억대의 사람들도 새로운 과세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이다. S증권 도곡지점의 한 PB는 “PB이용고객들 가운데 약 30%정도가 금융자산이 30억원을 넘는다”며 “많은 고객들이 새 정부의 과세정책에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지어 최근 강남의 부자들 사이에서는 화폐개혁에 대한 소문까지 나돌고 있다. 새 정부가 화폐개혁을 통해 자산가들의 금융재산의 가치를 떨어뜨린 다음 새로운 경제판을 짜려고 한다는 것이다.
◇안정적 재산운용에만 골몰=강남에 있는 시중은행 PB센터를 찾는 고객들은 요즘 돈굴릴 곳이 없다고 아우성이다. 지난해 부동산 붐에 따라 미리 투자해 둔 아파트나 오피스텔의 경우 최근 부동산 가치하락으로 오히려 손해를 본 경우도 있다. 이에 따라 H은행의 경우 부동산에 투자한 고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부동산투자특강`을 지난 주 열기도 했다.
결국 대부분의 고객들이 재산을 불리는데 보다는 자산의 안전한 유지에만 골몰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추세를 반영해 시중은행 PB담당자들은 국내 예금보다 상대적으로 안전한 미국 정부보증채권이나 주택담보채권에 장기적으로 투자할 것을 권하고 있다. 또 금과 무기명채권 등 각종 안전자산으로 몰리는 고객들도 늘고 있다.
◇건전한 부자육성책 시급=국내 자산가층의 이 같은 동요에 대해 이들을 직접 대하는 일선 PB담당자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자산가층의 새 정부에 대한 막연한 불신을 풀어주기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C은행의 한 PB담당자는 “일선에서 고액 자산가들을 만나다 보면 실제로 땅투기 등으로 졸부가 된 사람보다는 노력해서 그에 합당한 경제력을 가진 사람들이 더 많다”며 “이런 건전한 자산가들까지 새 정부에 대해 노골적인 적대감을 가지게 하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김인응 PB팀장은 “이들 자산가들의 투자를 유도하지 않고 국내 경제의 선순환을 바랄 수는 없다”며 “각종 분배정책을 고안하는 것 뿐만 아니라 부자들이 돈을 제대로 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도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조의준기자 joyjun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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