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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연금 체납자가 절반이상
입력2003-11-05 00:00:00
수정
2003.11.05 00:00:00
김영기 기자
국민연금 지역가입자 538만명 가운데 체납자가 무려 55%인 323만명에 이른다는 소식에 어안이 벙벙할 수 밖에 없다. 체납자 가운데 46%인 151만명이 1년 이상 보험료를 내지 못한 장기미납자라는 사실은 우리를 더욱 놀라게 한다. 물론 체납 이유는 일부 고소득층의 도덕적 해이도 있겠지만 대부분 경기침체에 따른 생계형 미납자일 것으로 한국납세자연맹은 추정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사회안전망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은 제고됐지만 정부의 처방이 땜질식이어서 이렇다 할 안전망이 마련되지 않은 채 위기를 키워온 게 사실이다. 카드활성화대책을 내놓자 미래의 소득을 미리 소비해 버린 국민들은 최근 경제회복이 늦어지자 퇴직 후 생활비인 연금 보험료까지 내지않고 쓰고 있는 것이 대규모 체납사태로 나타난 것이다.
가뜩이나 급격한 고령화 현상과 낮은 출산율의 영향으로 현재의 18세 이하 계층이 수급자가 되는 2047년에는 기금의 완전 소진이 예측되고 있는 마당에 연금 보험료 체납마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앞으로 국민연금 수급자는 인구 100명당 현재 4.5명에서 2030년에는 42명으로 급격하게 증가할 전망이다. 여기에다 지금대로의 추세라면 연금 체납금액이 올 연말에는 4조5,000억원을 넘어서 지난해 대비 7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물론 국민연금의 재정이 이처럼 궁색해진 데는 초기부터 `저부담 고급여`라는 비논리적인 방안을 채택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가 입법예고한 것처럼 연금 수령액을 낮추고 소득대비 국민부담을 점진적으로 높이는 것이 당연한 수습책이다. 국민소득의 차이는 있지만 선진국과 비교해 볼 때 우리의 소득대체율이 높고 보험요율이 지나치게 낮은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많이 걷고 적게 지급하는 것이 유일한 국민연금 개혁안은 아닐 것이다. 특히 소득대체율을 2008년부터 50%로 낮추고 보험요율은 현재 9%에서 2030년에는 15.9%까지 올린다 해도 이런 수준의 체납이 지속된다면 `깡통 기금`이 되는 기간은 더욱 짧아질 것이다.
재정부담을 가중시킬 우려가 있으나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이 제시한 것처럼 최저생계비를 보장하는 기초연금제와 민간보험 성격의 비례연금제를 결합하는 중층형 연금제도로의 개편문제에 대해 보다 심도 있는 연구가 있어야 하리라고 본다. 아울러 지역가입자를 임의 가입으로 분리하는 방안도 검토돼야 할 것이다.
<김영기기자 you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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