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8일 금융연구원과 글로벌금융학회 공동주최로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정책심포지엄 및 학술대회에서 “미소금융, 바꿔드림론, 녹색금융, 햇살론, 새희망홀씨 등 각종 정책금융이 은행의 수익성 악화에 상당부문 기여했다”고 밝혔다.
서 연구위원의 분석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대손상각비는 미소금융이 도입된 지난 2008년 9조6,000억원으로 직전해에 비해 2배 이상 늘었다. 이후 녹색금융과 햇살론이 도입된 2009년과 2010년에는 각각 11조원과 13조원으로 꾸준히 상승했다. 대손상각비는 대출을 회수할 수 없을 경우 회계상 비용으로 처리하는 채권액이다.
또 국내 은행의 자기자본순이익률(ROE)은 은행 대출금리 체계 모범규준이 도입된 지난 2010년 7.2%로 3년전인 2007년과 비교해 반토막이 났으며, 은행별 수수료체계 개선방안이 도입된 2012년에는 6.2%를 기록했다.
국내 은행의 경제성장에 대한 기여도 또한 하향세가 이어지고 있다. 은행 산업의 부가가치는 지난 2011년 25조9,000억원에서 2012년 21조원, 2013년 16조5,000억원으로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서 연구위원은 “국내은행의 경제성장 기여도가 정체된 것은 수익성 악화와 가장 큰 관련이 있다”며 “국내은행의 수익성은 재정위기 후유증을 겪고 있는 일부 유럽국가들을 제외하고는 세계 최하위 수준”이라고 밝혔다. 실제 더뱅커(The Banker)가 세계 1,000대 은행을 기준으로 은행 총자산이익률(ROA)을 조사한 결과 국내 은행은 평균 0.38%로 세계 평균인 1.28%의 3분의 1도 안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 연구위원은 정책금융에 대한 부담을 줄이는 한편 금융당국이 은행산업에 대한 인식을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 연구위원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감독당국은 국내은행을 규제산업 및 리스크 산업으로만 인식하고 어떻게든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각종규제ㆍ감독을 시행했다”며 “”그러나 국내경제의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고부가가치 산업이자 고용창출 산업인 은행산업의 발전이 중요하므로 육성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민간은행이 정책적 목적에 따라 서민금융, 정책금융 등을 담당하는 것은 관치금융이자 기존 서민금융기관 및 정책금융기관의 영역에 대한 침범이므로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