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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까지만 해도 재정에 관한 한 우량 국가였다. 하지만 이제 상황은 달라지고 있다. 미국은 물론 이웃 일본의 재정 걱정이 남의 나라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가부채는 400조원에 육박한다. 우리 경제가 급속한 경기회복 바람에 힘입어 당초 예상했던 400조원을 넘어서지 않아 국가부채는 392조원 수준으로 선방한 편이다. 그러나 국가부채는 꾸준히 증가해 국가채무 통계가 작성된 지 1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여기에 국가부채 비율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34%에 달해 국가 재정건전성을 위협하는 수준이다. 국민 부담으로 갚아야 하는 적자성 채무 역시 최고치로 전체 국가부채의 절반에 달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지난 2002년 적자성 채무는 전체 국가부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2%에 불과했지만 8년 사이 5배가량 늘어나며 국가채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8%포인트 상승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한 수석연구원은 "무상복지와 교육ㆍ급식 등 복지정책적 수요가 증가하고 있어 재정지출은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면서 "당장 정부도 올해는 22조원 규모의 국가부채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재정건전성 악화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올해는 정부가 재정통계 기준을 새롭게 개편하면서 국가부채가 더 늘어날 판이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숨겨져 있던 나랏빚이 100조원가량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 392조원에 새로운 재정통계 방식 적용으로 100여개의 공공기관 부채가 포함된 100조원이 더해지면서 500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국가부채도 GDP 대비 60% 수준으로 높아지게 된다. 물론 우리나라의 재정건전성이 '불량 국가'의 상황은 아니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국가채무는 GDP 대비 34.2%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 중 룩셈부르크(21%)와 호주의 뒤를 이어 3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 새로운 재정통계 기준을 적용하면 우리나라 재정건전성은 10권 밖으로 추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앞으로가 더 문제다. 세계 최고 수준의 저출산과 고령화 속도를 보이면 복지 지출 증가가 늘어나고 향후 통일 비용을 감안하면 막대한 재정투입이 불가피하다. 정치권 또한 재정을 멍들게 하는 복지 포퓰리즘으로 시끄럽다. 지금 당장은 국가부채가 GDP 대비 34%로 세계 어느 나라보다 안전하다고 하지만 꼭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국민에게 돌아올 잠재적 빚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재정건전성을 위협하고 있다. 잠재적 국민부채는 국가채무와 공공기관 부채, 가계부채를 포함하는 것으로 2007년 1,400조원에서 지난해 2,000조원이 넘어서는 것으로 분석된다. 가구당 약 1억2,000만원의 빚을 떠안고 있는 꼴이다. 한 민간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지표상으로도 명목 GDP 대비 잠재 부채비율이 2007년 144.1%에서 지난해 말 196.1%까지 높아졌다"면서 "이는 잠재적 부채가 GDP(1,000조)의 2배 수준으로 확대된 것으로 정부의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용어설명 적자성 채무=세출 예산의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적자국채를 발행하면서 생긴 채무. 부동산 대출과 비교하면 담보물 같은 대응 자산이 없기 때문에 고스란히 국민이 부담해야 하는 채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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