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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투자의 위험성
입력2003-05-02 00:00:00
수정
2003.05.02 00:00:00
아이작뉴턴은 만유인력과 행성운동에 관한 이론 등을 통해 근대물리학의 기초를 닦은 인물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물리학의 대가였던 그도 주식투자에선 크나큰 실패를 맛볼 수밖에 없었다. 뉴턴은 18세기 유럽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우스 시(South Sea Company) 주식사기사건`에 휘말린 비운의 투자가였던 것이다.
이 사건은 `네덜란드 튤립투기 사건`, `프랑스의 미시시피 버블`과 더불어 투기거품현상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사우스 시는 영국 정부의 부채를 해결하기 위해 설립된 회사로 국채를 자사주로 전환시키기 위해 주식 프리미엄 형성이라는 유인책이 사용됐다. 당시 신대륙 남미에 대한 투기에 열중했던 왕족과 귀족들은 사우스 시 주식 투기에도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이로 인해 사우스 시의 주당가격은 발행 6개월만에 8배까지 치솟았다.
뉴턴도 이 대열에선 예외가 아니었다. 85세의 고령이었던 그는 이 투기열풍에 참여해 7,000파운드의 이익을 올리는 등 수익률 100%를 달성했다. 그가 이 수준에서만 만족했어도 훗날의 쓰라린 투자실패를 겪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계속된 주가 급등의 유혹에 빠져 다시 거액의 주식을 사들였고 이후의 주가폭락으로 2만 파운드에 달하는 손실을 입게 된다. 당시 뉴턴은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한다.
"나는 천체의 움직임을 계산할 수는 있었지만 인간의 광기는 계산할 수 없었다."
최근 재건축 대상 아파트 가격 급등은 `인간의 광기`를 지적했던 뉴턴의 사례를 연상시킨다. 어떻게 해서든 재건축 사업을 진행시키겠다는 아파트투자자들의 강한 집착이 가격상승을 지속시키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믿음과 달리 재건축이 무산된다면 어떻게 될까. 이 경우 현재 형성된 매매호가의 20~50% 가량을 거품처럼 붕괴될 위험이 있다. 하지만 시장은 이 같은 위험성을 잘 알면서도 최근 재건축규제의 고삐를 조이고 있는 제도환경변화에 너무나 안이하게 반응하고 있다.
오는 7월에는 무분별한 재건축을 억제하는 내용을 담은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이 시행된다. 또 일반주거지 종 세분화가 6월말까지 확정되면 일부 재건축 단지들은 예상보다 낮은 용적률과 층수 제한을 가능성도 크다.
특히 아직 지구단위계획을 확정하지 못한 곳이라면 주거환경정비구역으로 지정되고 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을 세워야 하는 등 사업을 거의 원점으로 되돌려야 한다. 이렇게 되면 안전진단이 통과됐다고 해도 착공까지 10년 정도의 기간이 추가로 들어가게 된다.
만약 10년 후의 주택시장 상황이 지금과 다르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문제는 투자자들이 이 같은 장기전망 없이 안전진단 통과와 같은 당장의 단편적인 사업추진에만 몰두한 채 매매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재건축아파트 가격은 이미 고점에 다달아 있다고 볼 수 있다. 지난 2년여 동안의 가격급등으로 향후의 사업추진시 일어나야 할 가격상승이 미리 반영된 상태다.
이제부터는 사업추진속도에 따른 미미한 가격 상승은 가능하지만 도시계획과 건축기준의 변화, 시장상황변동 등의 리스크로 인해 현재의 가격이 조정을 받을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건축 투자자들의 심리를 지배하는 `낙관론`의 근거는 무엇일까? 이는 무엇보다 변덕이 심한 우리의 주택정책에 기인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지금은 당장 고삐를 죄고 있지만 언젠가는 다시 규제완화가 이어질 것이란 예측이 팽배해 있는 것이다. 사실 지금까지의 정부의 정책이 그랬다.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원칙이 없이 시장상황에 따라 돌변하기 일쑤였다. 이러다 보니 투자자들 역시 `버티고, 우기고, 항의하면` 정책이 다시 바뀔 것이라고 믿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미 지금도 재건축사업을 관할하는 기초지자체와 광역자치단체, 중앙정부 사이에 행정적 혼선이 빚어지고 있지 않은가.
그러나 투자자들이 간과해선 안될 사항이 있다. 부동산은 결코 깡통계좌가 되지 않는 다는 신화의 이면에는 부동산은 주식처럼 쉽게 처분할 수 없다는 함정이 숨어있다는 사실이다. 역사 속의 수 많은 투자실패사례가 시사하듯 시장에 대한 과도한 맹신은 막대한 투자의 아픔 초래하고 마는 것이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인간의 광기`를 넘어선 냉정한 판단을 내려야 할 때이다.
<김현아(건설산업硏 책임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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