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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끔한 피날레 선율 "일격의 미학"

리뷰: 뮤지컬 '십계' <br>이집트 궁전 옮겨놓은 듯한 웅장한 무대·특수효과도 볼만


오페라사에 길이 남을 명작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시골 기사)’ 엔 한번 들으면 잊을 수 없는 선율 하나가 등장한다. 일명 간주곡. 단막짜리 오페라 중간에 숨 돌릴 여유를 주는 이 간주곡은 말 그대로 주옥(珠玉)이다. 마틴 스코시지 감독 ‘성난 황소’의 그 유명한 오프닝 타이틀 음악으로 쓰인 곡도 바로 이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간주곡. 영화 ‘대부’ 3편의 마지막 장면에 쓰인 음악도 이 간주곡이다. 자칫 그렇고 그런 오페라로 사장될 뻔한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를 걸작 오페라 대열에 올려 세우고 작곡가 마스카니를 스타급 음악가로 만든 이 간주곡은 그야말로 ‘일격(一擊)의 미학’이란 말이 딱 들어 맞는 그런 곡이다. ‘로미오와 줄리엣’ ‘노트르담 드 파리’와 함께 프랑스 3대 뮤지컬이라는 딱지가 붙은 뮤지컬 ‘십계’. 국내 무대에 오르기 전 이미 입 소문을 타며 적지않은 유명세를 과시했지만 2000년 프랑스에서 처음 무대에 올려진 이 뮤지컬에 대한 국내외 평론가 반응은 사실 뜨뜻미지근했다. 극과 극으로 치달은 세간의 평을 정리해 보면 노트르담 드 파리 히트에 편승한 그저 그런 프랑스 뮤지컬이라는 폄하(貶下)와 웅장한 스핑크스 무대 세트와 심금을 울리는 피날레를 경험하는 것만으로도 입장료가 아깝지 않다는 찬사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탈리아, 일본을 돌아 드디어 한국 무대에 오른 십계의 뚜껑을 열어보니 귀동냥으로 들은 그런 품평들을 모두 이해할 만했다. 이집트 궁전을 옮겨 놓은 듯한 화려한 무대 세트는 백문이불여일견(百聞而不如一見). 극 전개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세 개의 스크린 장면의 특수 효과도 그럴싸했다. 아쉬운 점은 CD와 DVD를 통해 예비학습을 거친 관객들이라면 이미 예상을 했겠지만 다소 흡인력이 떨어지는 이야기 구조다. 에스메랄다에 대한 세 남자의 비극적 사랑이라는 뚜렷한 주제를 향해 치닫는 노트르담 드 파리에 비해 모세와 이복형제 람세스의 우정, 이집트 노예 신분으로 고통 받던 히브리 민족의 이집트 탈출 등 다층적 이야기를 구조를 지닌 십계는 긴장감을 극한으로 몰고 가기엔 줄거리 힘이 다소 약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십계엔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의 간주곡 같은 ‘일격의 힘’이 존재한다. 이 일격이란 흔히들 말하는 홍해 장면이 아니라 이 뮤지컬의 마지막 노래 ‘십계’가 끝나고 적막 속에서 터져 나오는 피날레 ‘사랑하고픈 마음’(L’envie d’aimer)이다. 프랑스 최고의 뮤직 프로듀서 겸 싱어송 라이터인 파스칼 오비스포의 천재성을 엿볼 수 있는 이 곡은 마지막 장면까지 갈증을 느끼던 관객들의 그 ‘2%’를 채워주고도 남는다. 프랑스 특유의 서정성에 일렉트릭 성향이 강한 유럽 팝의 깔끔한 선율은 그 넓은 체육관 무대를 전율로 가득채운다. 모세역을 맡아 피날레를 부른 이탈리아 가수 세르지오 모스케토는 이 뮤지컬의 진정한 영웅이다. 호소력 짙은 그의 노래는 프랑스 공연 때 모세역을 맡았던 다니엘 레비가 전해준 감동의 무게에서 조금도 처지지 않는다. 이 일격만으로도 십계는 충분히 걸작 대열에 고개를 들이밀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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