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기원이 강행하고 있는 이틀걸이 7번기는 그야말로 대장정이다. 국제 기전들이 모두 1인당 제한시간을 3시간으로 통일하는 추세지만 일본기원은 빅스리 기전인 기성전, 명인전, 본인방전을 변함없이 1인 당 8시간으로 계속하고 있다. 그것도 전국 각지를 순회하면서 치르게 되므로 대국 당사자가 받는 스트레스는 굉장하다. 몸이 약한 편인 장쉬가 작년에 다카오에게 명인을 빼앗긴 것은 바둑의 기량보다 체력적 열세에 기인한 것 같다는 견해가 있었다. 장쉬는 다카오에게 명인을 내준 직후에 그 사실을 완곡하게 말했다. “다카오의 집중력, 특히 제2일에 보여주는 집중력은 정말 대단합니다.” 장쉬는 체력전에 대비하여 여러 가지를 생각하는 눈치였는데 이번 7번기에서는 우선 시간쓰기의 경제를 시도하고 있는 것이 밝혀졌다. 제1국에서는 6시간 39분을 썼으므로 하오 3시30분에 종국됐다. 예전에는 심야에 끝나는 일이 허다했는데 그것이 훨씬 앞당겨진 것이다. 제2국은 더욱 빠른 속도로 진행되었다. 흑7이 이 바둑의 골격을 결정했다. 60년대에 사카타 에이오(坂田榮男)가 자주 썼던 이 패턴을 장쉬는 진작부터 준비했는지 빠른 속도로 펼쳤다. 백12까지는 필연인데 여기서 흑13으로 협공한 것이 장쉬의 구상이었다. 백14는 다카오가 보여준 고급의 해법. 장쉬는 15분의 숙고 끝에 흑15로 응수했다. 참고도1의 흑1 이하 15면 흑이 편하지만 백은 참고도2의 백8로 변신할 것 같아서(이 코스는 백이 편함) 흑15로 둔 것이다. 노승일ㆍ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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