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의 중소기업 대출잔액이 100조원을 넘어섰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도 '비 올 때 우산을 뺏지 않는다'란 원칙을 견지하면서 국내 시중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중기 대출 회수에 나서지 않았던 결과다. 국내은행 최초이며 다른 시중은행과 달리 인수합병 없이 독자적으로 달성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기업은행은 국내은행 최초로 전체 대출 중에서 중소기업 대출잔액(외화포함ㆍ23일 기준)이 100조원을 돌파했다고 24일 밝혔다.
기업은행의 중기대출은 1961년 창립 이후 20년 만인 1981년에 1조원을 돌파했다. 이후 1993년 10조원, 2006년 50조원을 돌파했고 23일 현재 10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번 성과는 다른 은행과의 합병 없이 스스로 달성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무엇보다 은행권에 중기대출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가장 먼저 100조원 돌파를 달성했다는 점이 높이 평가된다.
실제로 기업은행은 1997년 외환위기, 2003년 카드대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일련의 금융격동기에 중기대출을 보다 강화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는 17조6,000억원을 중소기업에 지원했는데 이는 은행계 전체 중기대출 순증액(19조3,000억원)의 91%에 달한다. 올 1ㆍ4분기에도 은행계 순증액 4조8,000억원의 50%를 지원했다. 3월 말 현재 중기대출 점유비는 21.74%로 부동의 1위다.
대다수 시중은행들이 부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서둘러 대출을 회수했던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만 해도 시중은행들은 중소기업의 고초와는 별개로 리스크 관리에만 몰두했다"며 "결국 시중은행들로부터 외면 받은 중소기업들은 기업은행의 지원을 받고 위기를 극복했다"고 말했다.
특히 기업은행은 대출규모를 늘리는 양적요인 외에 금리인하란 질적 서비스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올 초에는 모든 은행 중 가장 먼저 중소기업 대출 최고금리를 인하해 중소기업의 금융비용 부담을 최소화했다.
조준희(사진) 기업은행장은 "기업은행은 '비 올 때 우산을 뺏지 않는다'란 원칙을 갖고 중소기업 지원에 총력을 다해왔다"며 "중소기업의 질적 성장을 위해 내년 7월까지 1,000개 기업에 대한 무료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잡월드ㆍ청년전용창업대출ㆍ시니어전용창업대출 등을 통해 일자리 창출에도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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