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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 벤처캐피털 '부자 몸조심'

미국 등 주요 선진국 벤처 캐피털들이 ‘부자 몸조심’ 하듯 몸을 사리고 있다. 지난해부터 뉴욕증시 등 주요 증시가 상승국면으로 돌아서면서 벤처 기업의 기업공개(IPO)여건도 개선됐지만 과거의 아픈 기억 때문에 아직도움츠리고 있는 것이다. 투자결정을 할 때도 신중에 신중을 거듭하고 있다. 세계적인 컨설팅업체인 맥킨지에 따르면 전세계 벤처캐피털이 보유한 여유 자금은 860억달러로 추정되고 있다. 업계 전체로는 돈이 넘치지만 업체마다 형편은 다르다. 현재 벤처캐피털 회사는 약4,000개. 1,000여 업체는 매 년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조달하지만 나머지는 지난 2000년 벤처버블 이후 신규 자금은 거의 구경도 못했다. 지난 90년대말 정보기술(IT)붐이 일때 조달한 자금으로 겨우 먹고 사는 정도다. 이들은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 수익이 아니라 이자소득으로 연명한다. 벤처투자는 성공하면 ‘대박’이지만 실패하면 ‘쪽박’이다. IT버블을 경 험한 후에는 상대적으로 여유있는 벤처 캐피털조차 엄격한 투자결정과정을 거친다. 과거에는 1주일만에 투자결정을 내리기도 했지만 이제는 최소한 2~3개월간의 실사를 거친 후 투자여부가 결정된다. 대표적인 예가 배터리 벤처스다. 배터리는 현재 갓 창업한 벤처기업에 투자하는데 주력한다. 성공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지만 보다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대신 유행을 쫓지 않고 철저하게 개별기업의 수익전망 등을 토대로 투자대상을 결정한다. 켄 럴러 배터리 벤처스 파트너는 “이제는 기본에 충실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벤처 캐피털업계의 근본적인 문제점은 현재 투자자들로부터 많은 자금을 유치했지만 그것을 굴릴 대상이 마땅치 않다는 데 있다. 이는 결국 경제 전체로는 자금의 효율적 배분을 저해한다. 보다 생산적인 부문으로 흘러가 야 할 돈이 벤처 캐피털업계에서 잠자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4~5년간 벤처 캐피털업계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주로 합병을 통해 목숨을 연장하는것이 대부분이다. 이에 따라 경쟁력이 낮은 업체는 아예 시장에서 퇴출당하는 구조조정이 필수적인 과제가 되고 있다. 정문재기자 timothy@sed.co.kr <저작권자ⓒ 한국i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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