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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정보기술(IT) 혁신기술의 본거지인 미국 실리콘밸리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전 세계 IT 인적자원의 보고인 실리콘밸리에서 인재와 기술을 확보, 창조적 신사업 발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지기업 인수합병(M&A)에도 공격적으로 나서면서 삼성전자가 애플·시스코에 맞먹는 거대 실리콘밸리 업체로 거듭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지난 2011년 이후 실리콘밸리에 연구소와 각종 센터를 세우면서 현지 근무 임직원이 4,000명에 육박하고 있다. 최근 2년 새 인력이 30% 가까이 늘었다. 삼성전자 실리콘밸리 인력은 이미 현지 유명 IT 업체 4곳(우버·핀터레스트·드롭박스·에어비앤비) 본사 직원의 총합보다도 많다. 손영권 삼성전자 전략혁신센터(SSIC) 사장은 "삼성전자는 5년 안에 실리콘밸리 10대 혹은 5대 기업 중 하나가 될 수도 있다"고 예견했다.
삼성은 1988년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에 TV 반도체 등을 연구하는 연구개발(R&D)센터(SISA)를 세운 뒤 20여년간 실리콘밸리에서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 그러다 2010년대 들어 영토 확장에 박차를 가하는 모양새다. 2011년 말 새너제이에 모바일·가전용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미디어솔루션센터아메리카(MSCA)를 설립한 데 이어 실리콘밸리의 핵심인 멘로파크와 마운틴뷰에 혁신적 신사업 발굴·투자가 주력인 SSIC와 오픈이노베이션센터(OIC)를 재작년과 지난해에 각각 세웠다. 삼성은 새너제이에도 3억달러를 들여 부품(DS) 부문 신사옥을 짓고 있고 자회사인 삼성리서치아메리카(SRA)는 구글의 앞마당이기도 한 마운틴뷰에 R&D센터 건립을 마무리하고 연내 입주를 시작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SRA는 현재 300여명인 연구진을 중장기적으로 3,000명까지 늘릴 계획이다.
삼성전자의 이 같은 '실리콘밸리 러시'는 스마트폰·가전 제조업의 한계를 극복하고 소프트웨어·서비스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실제 성과도 잇따르고 있다. 300만명에 이르는 기업고객을 확보하며 기업 간 거래(B2B)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기업용 IT 보안솔루션 '녹스'가 대표적이다. 삼성전자 고위관계자는 "녹스는 미국 R&D센터 인력 150여명이 주도해 개발했다"며 "실리콘밸리의 작품이라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북미와 유럽을 포함, 전 세계에서 500만건 가까이 내려받은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밀크뮤직' 역시 삼성이 MSCA를 통해 사들인 클라우드 벤처 '엠스팟'팀이 개발했다. 개발팀에 자율성을 보장하고 한국 본사는 마케팅과 같은 지원업무만 담당해 효율적이면서도 소비자들의 호평을 받는 앱을 만들 수 있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외신들에 따르면 MSCA는 현재 미국 넷플릭스와 유사한 온라인 주문형 동영상 서비스 '볼트'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8월 사물인터넷(IoT) 스타트업 '스마트싱스'를 2억달러에 인수하는 등 M&A를 통한 혁신에도 적극적이다.
이처럼 삼성전자가 실리콘밸리에 발을 깊숙이 담그면서 장기적으로 삼성의 조직문화가 바뀔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손 사장은 "실리콘밸리는 삼성의 기술혁신센터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며 "실리콘밸리에서 입지를 키울수록 삼성의 DNA에도 변화가 찾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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