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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오랜 만에 모습을 드러낸 자리에서 현재 모바일 게임 시장에 대해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엔씨의 모바일 게임 비전을 소개하는 자리에서 그는 '모바일게임 시대를 소작농의 시대'로 비유하면 개발자 보다 유통업체가 더 대접 받는 현 풍토를 비판했다.김 대표는 18일 서울 강남구 청담 CGV에서 열린 '2014 지스타 프리미어' 행사에서 현재 급성장 중인 모바일게임 산업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거침없이 밝혔다.
개발자 CEO로 유명한 김 대표는 우선 모바일게임 시장이 개발사보다 유통사가 우위에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모바일 시대로 오면서 게임 산업이 크게 변했다"며 "이제 개발사는 소작농 시대로 돌입했다"고 표현했다.
이어 "게임은 이제 유통사 우위 시장이 됐지 더 이상 개발자의 시장이 아니"라며 "이러한 환경에서도 이용자들을 위해 감동을 줄 수 있는 게임을 만드는 것이 엔씨의 목표"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내부 기술자 세미나에 단 한 번도 빠진 적이 없는 전형적인 개발자 CEO다.
김 대표는 구글, 애플, 카카오와 같은 플랫폼 업체가 산업 환경 변화의 중심에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매출이 100이 일어나면 이제 여러 단계 플랫폼이 수수료를 떼 결국 개발자에게 20~30 정도만 남는 시대가 됐다"며 "어느 산업이든 그러한 수익 분배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산업은 없다"고 단언했다.
모바일 게임 비전에 대해서는 아폴로 13호를 예로 들었다. 1970년 아폴로 13호가 위기에 처하자 모든 사람들이 이를 구하기 위해 전력을 다해 결국 귀환한 사례였다.
김 대표는 "아마 지금 모바일게임 시장이 이러한 순간인 것 같다"며 "외부에서 엔씨 걱정을 많이 하는데 아폴로의 순간처럼 우리도 새로운 환경에 나가기 위해 모두 합심해 여러 전략을 세웠다"고 말했다.
세부 전략에 대해 그는 한 게임을 출시하더라도 온라인게임과 모바일게임을 동시에 고려하기로 했다. 엔씨의 강점인 역할수행게임(RPG)뿐 아니라 스포츠, 여성 타깃 게임 등 장르도 다양화한다. 이의 일환으로 PC 온라인게임 '리니지'와 '아이온' '블레이드 앤 소울' 등의 지적 재산권을 기반으로 모바일게임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플랫폼 전략도 공개했다. 김 대표는 "내년 서비스 목표로 '엔씨클라우드'를 구축 중"이라며 "온라인게임의 경우 클라우드 플랫폼으로 전 세계 동시에 게임을 서비스 할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 고위 관계자는 "모바일에선 카카오보다 구글 단일 플랫폼으로 글로벌로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더 큰 청사진도 내놓았다. 김 대표는 "엔씨는 인공지능(AI) 기술에 집중하고 있고, AI에 대한 결과물들을 선보일 날을 기다리고 있다"고 인공지능이 새로운 엔씨의 패러다임이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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