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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IB로 뛴다]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해법

아시아시장등 강점 갖는 '중량급 IB' 키워라

김형태 한국증권연구원 부원장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

한기원 다이와증권SMBC 한국대표

‘다방면에 진출하려고 하기 보다는 특화분야에서 글로벌경쟁력을 갖춘 중량급(中量級) IB를 키워라.’ 전문가들은 “너도나도 ‘한국판 골드만삭스’가 될 필요도 없고 또 그렇게 될 수도 없다”며 “한국형 IB 해법 모색은 막연한 환상에서 벗어나 우리가 글로벌 투자은행(IB)시장의 후발주자라는 현실을 직시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세계 투자은행시장은 규모의 경제 원칙이 철저히 적용된다. 이에 따라 소수의 대형IB와 다수의 특화된 중소형IB가 각자 영역에서 따로 경쟁하는 구도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04년기준 미국 골드만삭스 1개사의 투자은행업무 규모가 5,800억달러로 국내 은행, 증권사 등 금융권 전체 투자은행업무 규모의 5배를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될 경우 금융시장의 칸막이가 걷히면서 국내 증권사들이 대형 투자금융회사로 발돋움 할 수 있는 디딤돌은 일단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자본확충을 한다 하더라도 대형 글로벌금융투자회사의 대열을 비집고 들어갈 틈은 그리 많지 않다. 메릴린치와 같은 글로벌 플레이어들이 이미 장악하고 있는 영역은 이들의 아성이 워낙 견고하기 때문이다. 결국 글로벌시장이 아닌 아시아와 같은 국지적(局地的) 시장에서 특화된 금융투자회사로 성장하는 것이 바람직한 생존전략인 셈이다. 한국형IB 전략과 관련해 김형태 증권연구원 부원장과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 한기원 다이와증권SMBC 대표는 국내 증권사들이 덩치를 키우는 동시에 우리가 상대적으로 강점을 갖는 분야에 역량을 집중해야 IB시장에서 살아 남는 길이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외환위기 이후 부실채권 처리 등을 통해 노하우가 쌓인 구조조정 관련 업무와 사모투자펀드(PEF), 그리고 상대적으로 글로벌 투자은행의 참여가 적은 프로젝트파이낸싱ㆍSOC투자 등이 차별화가 가능한 영역으로 제시됐다. 여기에 다양한 상품설계 및 자산운용 기법을 통해 기업의 자금중개영역을 확대하는 것도 서둘러야 할 분야로 지적됐다. ● 김형태 한국증권연구원 부원장 IB는 고위험 고수익 산업, 위험관리 능력부터 길러야 “위험관리 능력부터 키워라” “IB는 ‘위험한 산업’이 아니라 ‘위험 산업’입니다. 위험이 항상 내포돼 있다는 뜻이지요. IB를 하기 위해서는 위험관리 능력을 먼저 키워야 합니다.” 김형태 한국증권연구원 부원장은 한국 증권사들이 IB를 하는데 있어 가장 필요한 것은 ‘위험관리 능력’이라고 말했다. “지금 우리나라엔 위험을 전문적으로 다룰 수 있는 기관이 없습니다. 증권사도 마찬가지구요. 당장 수익이 나오진 않겠지만 장기적인 안목으로 위험을 다룰 수 있는 인재를 키워야 합니다.” IB는 대표적인 ‘고위험 고수익’산업이다. M&A, 자산유동화증권(ABS), 구조화 상품 등 IB를 필요로 하는 기업은 상대적으로 덜 우량한 회사가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골드만삭스의 사례에서 보듯 IB의 추세가 과거 자문업을 통한 수수료 수입에서 점점 자기자본 투자(PIㆍPrincipal Investment)로 바뀌고 있어 위험은 더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나 휴렛팩커드(HP)가 지금과 같은 위치에 오를 수 있었던 것도 골드만삭스와 같은 투자은행이 그들의 위험을 자금화시켜줬기에 가능했습니다. 위험관리 능력의 개발은 작게는 증권사의 수익구조에서, 크게는 금융시장 발전에 기여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선 증권사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김 부원장은 강조했다. 김 부원장은 “증권업 종사자 가운데 아직도 증권사의 역할을 중개업무처럼 제한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며 “증권사는 중개업무 서비스 뿐 아니라 기업, 국가, 지방자치단체, 일반 개인들이 갖고 있는 금융 문제도 해결해주는 ‘금융 해결사’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되면 상품 설계에 제한이 없어지는 만큼 위험을 다룰 수 있는 사람이 그 만큼 더 넓은 사업 영역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김 부원장은 우리나라가 상대적인 강점을 갖고 있는 분야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며 그 예로 구조조정 관련 업무를 꼽았다. “호주의 맥쿼리증권은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나 프로젝트 파이낸싱에 강점을 보이고 있습니다. 예전부터 도로나 항만 시설을 많이 짓다 보니 노하우가 저절로 쌓인 거죠. 우리도 IMF를 통해 부실채권 처리, 자산유동화증권(ABS), 부실기업 인수 등 수 많은 구조조정 노하우를 쌓았습니다. 이는 이웃 나라인 중국과 일본도 인정하는 우리의 강점입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것보다 중요한 것은 결국 CEO의 ‘결단’이라고 말한다. 김 부원장은 “이제 IB는 하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하느냐가 문제”라며 “지금은 어느 방향으로 갈지 CEO가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 복합파생상품 개발에 특화, 기업 자금중개 관심가질만 “파생결합증권 등 상품 개발 능력을 키워 글로벌 투자은행들과의 격차를 조금이라도 줄이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한국형 IB 육성의 목표점을 우선 동북아, 동남아시장에서의 1등 금융사로 키우는데 초점을 맞추는 합리적인 방향설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윤 교수는 국내IB가 기업 인수합병(M&A) 등의 영역보다는 증권인수(underwriting)ㆍ발행 등 자본시장형성업무와 채권주식매매ㆍ파생금융상품 등 자본투자부문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기회가 훨씬 많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해 하나은행과 신한은행 지분매각을 각각 UBS증권과 모건스탠리가 맡는 등 국내 시장에서조차 대규모 M&A 주선은 외국계 금융사가 독식하고 있는 실정이다. 윤 교수는 “M&A시장에서 80년대이후 미국과 유럽에 이어 아시아 M&A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골드만삭스와 같은 글로벌 플레이어와 경쟁을 기대하기는 무리”라며 “이보다 국내와 아시아 시장에 맞는 상품개발 및 운용시스템 개선에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금융상품 개발에서 무한한 상상력을 동원하는 ‘선제적 공격’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증권인수의 경우 유가증권발행 기업의 특성에 맞는 신종증권을 개발, 발행을 권유하고 고수익을 노리는 투자자를 적극 유치해 공급자와 수요자를 연결해주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예컨대 금값이 회사 수익과 직결되는 기업에 금값과 연동되는 옵션을 결합한 상품을 설계해줄 경우 회사입장에서는 금값 리스크를 효과적을 관리할 수 있고 소비자는 금값 변화에 따른 이익 기대치가 높아지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복합적인 파생결합상품은 일반상품보다 수수료가 월등히 높다는 점에서 저가 발행 인수에 따른 저수익 구조를 탈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양한 옵션을 분해ㆍ결합한 복합파생상품을 맞춤식으로 설계해 직접 발행하거나 투자자와 1대1의 계약을 맺는 장외파생(OTC) 거래도 사업영역을 넓히는 수단이다. 그는 “지난 2003년이후 ELS(주가연계증권) 등 다양한 파생상품을 발행하면서 국내 증권사들도 상품개발과 운용 경험을 쌓아온 것은 앞으로 시장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자본시장통합 이후 외국계 금융투자사들이 투자대상의 칸막이가 제거된 국내시장에 내놓을 신종상품을 적극 연구ㆍ응용하는 발전적 모방전략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윤 교수는 “신종상품의 승인권을 가지고 있는 금융감독당국이 보다 전향적인 자세를 갖춰야 된다”며 “투자자 보호에 지나치게 치중해 브레이크를 밟다 보면 자본시장 통합의 본래취지를 퇴색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 한기원 다이와증권SMBC 한국대표 통폐합등 통해 덩치 키우되 '자신있는 분야' 에만 도전을 “특화된 그 ‘무엇’이 필요” 골드만삭스보다 로스차일드 형태 추구해야 한기원 다이와증권SMBC 한국대표는 증권사가 투자은행(IBㆍInvestment Bank)으로 거듭나는 것은 증권사의 생존 뿐 아니라 금융시장의 발전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모든 증권사가 다 같은 형태의 IB를 추구하는 것은 공멸하는 길이라고 말한다. “너도 나도 ‘한국판 골드만삭스’를 만든다고 하는데 그럴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습니다.이제 막연한 환상에서 벗어나 현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한 대표는 한국형 IB의 모델로 골드만삭스보다는 로스차일드를 제시했다. “로스차일드도 세계적인 규모의 투자은행이지만 골드만삭스처럼 다양한 업종에 진출하기보다 에너지 부문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규모가 작은 우리나라 증권사도 다방면에 진출하려고 하기보다 각자 자신 있는 그 ‘무엇’을 특화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로스차일드는 올 초에도 도시바가 세계적 원자력 설비ㆍ기술 업체인 미국 웨스팅하우스를 인수하는 거래(4조7,500억원 규모)를 성사시켜 막대한 수수료를 챙긴 바 있다. 한 대표는 “‘에너지=로스차일드’란 공식이 성립하는 것처럼 국내 증권사도 특정 부분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증권사의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꼽히고 있는 자지자본 확충에 대해선 “통폐합”이 대안이라고 말했다. “한국엔 증권사가 너무 많습니다. 다이와증권SMBC도 세계 시장에선 어려움이 있는데 국내 증권사는 말할 것도 없지요.” 다이와증권SMBC의 총 자산은 88조2,738억원(3월 기준). 자산 규모로 국내 최대인 우리투자증권(8조9,300억원ㆍ3월 기준)은 이의 10분의 1수준이다. 골드만삭스의 총자산은 무려 672조원(2005년 말 기준)에 달한다. 한 대표는 국내 증권사가 IB로 바뀌는데 필요한 것으로 ‘4C’를 꼽았다. Cash(현금), Clarification(명확성), Consistency(일관성), Commitment(결단ㆍ책임이행)가 그것이다. 각 증권사의 CEO가 IB에 대한 개념을 명확하게 정립한 뒤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 한다는 말이다. 일본은 어땠을까. “일본도 비슷한 고민을 겪었습니다. 그러나 일본엔 ‘일본 주식을 가장 잘 팔 수 있는 회사는 일본 회사’란 인식이 있습니다. 우리도 한국 주식을 가장 잘 아는 회사는 한국 회사란 인식을 심어줘서 국제 업무의 한국기업 파트너는 한국 증권사가 맡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한 대표는 “IB로 거듭나기 위해선 인원, 조직 재정비와 같은 희생이 필요하다”며 “이를 감수하지 않으려면 IB는 포기해야 할 것”이라는 말로 인터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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