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영화 속에서 과학자들은 종종 연구라는 명목 하에 백신이 존재하지 않는 치사율 100%의 바이러스를 개발해 내곤 한다. 항상 악당들에게 탈취 당해 전 세계가 공포에 떠는 것은 물론이다. 악당에게 빼앗기지 않았다는 점만 제외하면 영화 속 스토리와 똑같은 일이 현실에서 실제 일어나고 있어 면역학자들을 중심으로 찬반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논란의 주인공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CDC는 얼마 전 알래스카 영구 동토층에 매장된 시신의 폐 조직에서 현재는 박멸돼 사라진 스페인 독감 바이러스 유전자를 추출, 소생시키는데 성공했다. 스페인 독감은 1918년경 유럽인 5,000만명을 몰살시킨 인류 역사상 최악의 바이러스로서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치명적인 상태로 실험실에 보관돼 있다. CDC가 이미 박멸된 바이러스의 부활에 나선 이유는 전염병의 메커니즘을 알아내기 위해서다. CDC는 이같은 연구를 통해 H5N1 조류독감의 인체전염 경로를 규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문제는 확실한 백신이 개발되지 않은 상태에서 바이러스가 사고로 유출됐을 경우 과거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막대한 인명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1930년 이후 태어난 사람들은 스페인 독감과 같은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바이러스 부활 연구의 대표적 비판론자로 꼽히는 미국 루트거스대학의 미생물학자 리처드 에브라이트 교수는 이에 대해 “커다란 위험부담을 알고도 바이러스 부활에 나서는 것은 정말 무책임한 일”이라며 “굳이 해야 하는 연구라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