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산업이 요동치고 있다. 지난 2012년 이후의 저금리 기조가 금융산업에 1차 충격을 던졌다면 최근에는 개인정보 유출 파문, 비자금 문제 등과 결부된 각종 사건·사고에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내정자의 기준금리 인상 시사 발언, 당국의 전면적 규제완화, 대형 인수합병(M&A) 등 다섯 가지 요인이 연쇄적으로 맞물리면서 산업 전체의 큰 그림을 흔들고 있는 양상이다.
24일 금융당국과 금융계에 따르면 고객정보 유출사건이 금융산업 각 부분에 '나비효과'를 초래하면서 영업 채널에 드라마틱한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당장 대출모집인·텔레마케팅(TM) 채널 위축이 눈에 띄게 심화되고 있다. 대출모집인은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고 대신 보험사의 대리점(GA) 영업은 최근 석달도 안 돼 10% 이상 급증했다. 한 보험사 대표는 "현 추세라면 온라인과 모바일채널도 안심하기 힘들다. 중장기 전략 전체를 손질하고 있다"고 전했다.
개인정보 유출이 영업변화를 초래했다면 이 내정자의 금리 발언은 영업과 자산운용전략 전반에 태풍의 눈이 되고 있다. 금융권 물밑에서는 벌써 치밀한 수싸움이 감지된다.
은행들은 부동자금을 장기예금으로 묶어두기 위해 머리를 굴리고 있다. 예전 같으면 1년짜리 금리와 1년6개월짜리 금리에 별 차이가 없었다면 최근에는 18개월짜리 금리가 0.2%포인트 더 나가는 경우도 있다. 이르면 하반기 금리인상이 예상되는 만큼 공격적인 여신운용에 앞서 수신을 늘려놓기 위한 조치다.
규제완화 바람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금융사들은 업권 간 턱을 없애는 유니버설뱅킹, 신사업 진출 길을 터주는 것을 의미하는 금융 관련법의 네거티브 방식으로의 전환 등을 주시하고 있다.
M&A에 따른 산업재편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우리투자증권이 농협금융지주로 가면서 신한·우리·KB·하나의 '정통 4대 금융지주 틀'은 사실상 종언을 고했다. 특히 LIG손보를 비롯해 현대·대우증권 등 우량 매물의 매각작업이 본격화하고 해외현지 M&A에 나서는 금융사도 늘면서 시장점유 지형도에 큰 변화가 불가피하다.
배현기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은 "판이 흔들린다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금융산업의 격변기"라며 "당국도 거미줄 규제로 막아놓기보다는 금융사들이 차별화된 전략을 꾀하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경제신문은 이런 흐름에 맞춰 '금융산업의 판이 흔들린다'라는 주제로 최근의 흐름을 긴급 진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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