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ㆍ4분기 이후 추락하던 반도체 가격이 올 하반기 상승할 것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지난 2월 파산한 일본 반도체 업체 엘피다의 재고가 소진되고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던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이 저마다 감산에 나서면서 반도체 치킨게임이 한국 업체의 승리로 막을 내리는 것 아닌가 하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24일 시장조사기관인 아이서플라이에 따르면 2ㆍ4분기 D램 가격이 1ㆍ4분기보다 올랐고 이 같은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분석했다. 1GB로 환산한 D램의 평균가격은 1ㆍ4분기 0.99달러에서 2ㆍ4분기 1.00달러, 3ㆍ4분기 1.08달러, 4ㆍ4분기 1.12달러로 상승할 것으로 관측된다. 상승률로는 전 분기 대비 2ㆍ4분기 1.5%, 3ㆍ4분기 7.7%, 4ㆍ4분기 3.5%에 달한다.
이처럼 D램 가격이 상승세로 돌아선 것은 우선 3월 파산 선고한 엘피다의 재고 소진으로 공급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아이서플라이에 따르면 지난해 3ㆍ4분기 D램 재고는 12.9주 분량까지 쌓였으나 지난해 4ㆍ4분기에는 12.1주 분량으로 줄고 올 1ㆍ4분기에는 다시 11.6주 분량으로 감소했다. 여기에 런던 올림픽으로 PC 등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반도체 수요도 증가할 것이라는 관측도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상반기가 원래 비수기인데다 하반기에 올림픽도 예정돼 있어 연초부터 올해는 '상저하고'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며 "아직 유럽발 금융위기 변수가 상존하는 가운데 가격을 전망하는 게 무의미하다는 관측도 있지만 최근 보합세를 보이던 D램 가격이 조금씩 상승 기미를 보이면서 분위기가 한껏 고조되고 있다"고 말했다.
공급이 줄어들고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상황은 낸드 플래시도 마찬가지. 세계 낸드 플래시 메모리 시장 2위업체인 도시바가 금융위기 이후 3년 만에 반도체를 감산하기로 방침을 굳혔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4일 보도했다.
도시바는 이달 중에 낸드를 생산하는 일본 국내 욧카이치 공장의 가동률을 낮춰 생산 물량을 지난해 대비 30%가량 줄이기로 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도시바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격타를 입은 2009년 1~6월에 30%의 감산을 실시했지만 그 이후로는 생산공장을 100% 가동해왔다.
니혼게이자이는 낸드 주력제품 가격이 올 들어 반년 사이 약 50%나 하락하면서 세계 점유율 30%를 차지하는 도시바가 수익성 악화에 시달려왔다며 시장재고를 해소해 가격 붕괴가 더 이상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공급량을 조절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반도체 치킨게임도 막을 내리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업체들이 생산량을 조절하면서 시장에서 공급과 수요가 균형을 찾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제살 깎아먹던 치킨게임이 끝날 기미를 보이면서 실적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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