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배럴당 60달러를 넘어서자 시민들은 마른 수건을 쥐어짜듯 기름값 아끼기에 두 팔을 걷어붙였다. 출퇴근 때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고 승용차 운행을 자제하는 것은 기본. 주말에 승용차를 이용해야 할 경우에도 가격이 싼 주유소를 찾거나 정유카드나 신용카드를 최대한 활용하는 등 단돈 1원이라도 절약하기 위해 나선 것이다. 회사원 최모(39)씨는 28일 “인터넷으로 주유소별 기름값을 꼼꼼히 비교한 뒤 가장 저렴한 곳을 찾아가고 휴대용 화장지 하나라도 더 받기 위해 주유소 정보까지 교환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주유소 유가 실시간 비교사이트인 OPW(www.oilpricewatch.com)를 찾는 회원들은 이곳에서 기름값 확인은 물론 게시판을 통해 각 주유소의 서비스 종류와 내용까지 따지고 있다. 아이디가 boben인 한 네티즌은 ‘양재동 A주유소에서는 손세차 수준의 세차를 무료로 해준다’는 글을 올려 인근 지역 네티즌의 눈길을 끌었으며 ‘여의도에 살지만 인천 기름값이 싸 출근 후 인천에서 기름을 넣는다’(아이디 patrickj), ‘B주유소는 도로의 필수품인 휴대용 화장지도 안 주더라’(ossin) 등의 글은 어차피 주유해야 한다면 ‘공짜’ 서비스라도 확실히 챙기겠다는 분위기를 담아냈다. 또 일부 직장인들은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국제선 항공권을 미리 확보하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등 항공사들이 다음달 1일 시행되는 유류할증제에 따라 항공권 가격을 최고 30달러까지 올릴 예정이어서 이달 안에 항공권을 끊어두려는 것이다. 반면 서민들이 이처럼 유가급등의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노력과는 달리 휘발유 가격에 구애받지 않고 차량을 운행하는 고급차 소유자나 자동차 애호가는 날로 늘어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가 운영하고 있는 럭셔리 주유소 ‘KAZEN’에는 하루 평균 50~60대의 차량이 꾸준히 찾고 있다. 1ℓ당 가격이 일반 휘발유보다 무려 600원이나 비싼 2,000원이지만 고정고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현대오일뱅크의 한 관계자는 “이곳은 외제차나 고급 중ㆍ대형차를 소유한 회원들이 주요 고객”이라며 “가격에 관계없이 휘발유 품질과 차별화된 서비스를 받으려는 이들이 꾸준히 찾고 있다”고 말했다. 유가가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고급 휘발유 판매량도 증가 추세다. 고급 휘발유 가격은 일반 휘발유보다 200원(부가세 포함) 가량 비싼 수준. 일반 휘발유는 1ℓ당 1,400원대이지만 고급 휘발유는 1,600대를 형성하고 있다. SK의 경우 지난해 월평균 6,100드럼 판매됐던 고급 휘발유가 지난 4월에는 8,100드럼 가량 팔렸으며 주유소 한곳당 월판매량도 51드럼에서 59드럼으로 늘어났다. GS칼텍스도 지난달 월평균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65% 가량 늘어났다. 지난해 5월과 비교해도 40% 이상 증가했다. 정유업계의 한 관계자는 “수입 외제차와 중대형 승용차가 늘어나면서 고급 휘발유를 찾는 수요가 증가해 공급 주유소를 확대하고 있다”며 “이들 차량을 운행하는 고객들은 가격인상에 거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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