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표금리로 금융시장의 중심에 섰던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가 '식물금리'로 전락한 것은 오래 된 일. 사실 CD의 몰락은 지난 2010년 금융 당국이 예대율 규제를 도입한 시점부터 가속화됐다.
금융 당국이 예수금 대비 대출금 비율을 100% 이내로 제한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은행과의 불협화음이 감지됐다. CD가 주요 자금조달 창구였던 시중은행은 "CD 발행 잔액을 예금 잔액에 편입시켜달라"고 당국에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
결국 은행은 CD 대신 정기예금을 확대하는 쪽으로 자금조달 방식을 선회했다. 이때부터 은행이 시장에서 발행하는 CD가 사실상 중단됐다. 이를 반영하듯 7월 현재 4대 주요 시중은행(신한ㆍ우리ㆍ국민ㆍ하나)의 CD 발행 잔액은 '0원'이다.
개인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CD 발행 잔액도 형편없이 줄어들었다. 일부 은행은 올 1ㆍ4분기 대고객 CD 발행 잔액이 전년 동기 대비 20분의1토막으로 줄어들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가계대출 규제 때문에 마땅한 자금 운용처를 찾지 못하고 있는데 굳이 금융 당국이 깐깐하게 금리를 체크하는 CD를 발행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일부 대고객 기반이 약한 외국계 은행이나 중소 은행의 경우 자금조달을 위해 시장에서 CD를 발행하기도 한다. 이들이 올 들어 현재까지 발행한 CD잔액은 5조9,300억원으로 미미하다.
하지만 그마저도 지표금리가 되는 91일물 대신 30ㆍ80ㆍ100일물을 발행하는 것이 보편화하는 추세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91물을 발행하면 당국에서 소명자료 요청이 이어져 기피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지난해 6월 이후 1년 넘도록 CD 금리가 3.53~3.59%선에 머무르고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은행이 CD를 발행하지 않다 보니 거래량 역시 올 들어 월평균 2조원대 수준에 머물고 있다. 2009년 월 평균 12조원 이상 거래됐던 것에 비하면 6분의1 수준이다. 이달만 해도 CD 거래가 이뤄진 날이 14거래일 중 나흘에 불과하다. CD가 거의 유통되지 않으면서 증권사 역시 전날 CD 금리를 참고해 당일 금리를 고시하고 있는 형편이다. CD금리가 시장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는 괴리가 발생하고 이는 CD 금리의 식물금리화를 가져왔다.
상황이 이런데도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및 원화대출 잔액 중 40~50%가량은 CD 금리를 지표금리로 활용하고 있다. 관행적으로 CD 금리를 채택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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