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이 흉흉하니 장기투자를 굳세게 마음먹은 투자자들도 흔들리고 있다. 당장 환매하기엔 손해가 너무 크지만 코스피지수가 1,700~1,800선에만 도달하면 당장이라도 펀드를 해지하고 싶은 생각이 굴뚝 같다. 그렇다면 장기 투자는 버려야 할 원칙일까. 해답은 장수 펀드에 있다. 인고의 시간을 보내고 어느덧 설정 10년을 바라보는 장수 펀드를 살펴보면 왜 장기 투자를 해야 하는 지를 알 수 있다. 국내에 주식형 펀드가 사실상 처음 나온 건 지난 1999년. 그 해 초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의 데뷔작 ‘박현주 펀드 1호’가 큰 반향을 불러왔고 바이코리아 열풍까지 더해져 펀드 투자 열기가 사상 최고조에 달했을 때다. 당시 출시된 펀드 중 지금까지 순자산액 100억원 이상을 유지하며 살아남은 펀드 15개를 조사해 본 결과 설정 후 수익률은 적게는 95%, 많게는 353%에 달했다. 99년은 코스피지수가 489포인트에서 1,052포인트까지 넘나들었던 해. 그 해 최저점을 기준으로 4일 종가(1,577.94) 대비 상승률은 222%에 이른다. 15개 중 7개는 최저점 대비 코스피 상승률을 초과했고, 나머지 8개도 설정일을 기준으로 보면 설정일 대비 코스피 상승률을 넘어섰거나 엇비슷하게 쫓아갔다. 바이코리아 열풍의 영광과 이후 펀드런의 주인공으로, 오랫동안 1,000선 안팎의 박스권에 맴돌며 이젠 이름까지 바뀐 바이코리아 펀드 ‘푸르덴셜나폴레옹정통액티브주식1’의 경우 설정후 수익률은 331.31%다. 실패한 펀드의 대명사로 생사조차 잊혀진 ‘바이코리아’조차도 꾸준한 장기투자를 유지했다면 매년 30% 이상의 고수익을 얻었다는 얘기다. 자산운용업계의 한 관계자는 “개인 투자자들의 주식형펀드 역사도 10년이 되가면서 장기투자의 성과가 속속 눈으로 보이고 있다”며 “지금처럼 어렵고 힘들 때를 장기투자 철학으로 이겨내는 사람만이 꾸준한 성과의 열매를 따 먹을 수 있을 것”이라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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