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승진기대 이미 접어 자리라도 지켰으면…"
입력2001-11-07 00:00:00
수정
2001.11.07 00:00:00
■ 대기업 승진·총액임금동결대부분 신규사업 자제 임원승진 '바늘구멍'
"승진요? 회사에 그저 남아있을 수만이라고 있다면 다행이지요".
올해 임원승진 대상인 L사 고참부장인 J씨(42)는 연말로 다가갈수록 인사에 대한 기대를 접었다.
"그냥 길고 가늘게 살아야지요. 사실 지난해 대규모 승진인사가 이뤄지는 것을 보고 올해는 내차례구나 하는 기대를 했지만 어쩌겠습니까. 맘이나 편하게 먹어야지요."
경기가 바닥을 헤매면서 기업마다 내년 살림살이 계획을 긴축 또 긴축으로 설정하면서 주요기업들의 임직원 대부분이 승진은 고사하고 퇴사압력이 높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기는 분위기다.
연말 상여금이나 내년 임금에 대해서도 크게 기대하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 아직 임금에 대한 구체적인 원칙이나 기준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올해 수준만 유지할 수 있어도 기꺼이 받아들이겠다는 자세다.
◆ 승진은 낙타 구멍 연말 샐러리맨들의 축제인 승진인사도 대폭 축소될 전망이다. 기업마다 내년 경영계획에서 인사의 숨통을 틔워줄 신규사업 진출이나 대규모 투자를 자제하는 상황이어서 승진인사를 실시할 여지가 극히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삼성은 그룹차원에서 주요 계열사별로 임원정원만 배정, 신규임원 승진의 여지를 최소화했다.
삼성은 또 계열사들이 과ㆍ부장등 간부사원 비율을 일정수준 이상 넘기지 않도록 권고, 직원들의 승진인사 폭도 사실상 제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LGㆍ포철ㆍ한진ㆍ금호ㆍ효성등은 직원들의 사기를 고려해 부장급이하 승진인사는 예년 수준을 유지하기로 했지만 임원승진은 삼성과 마찬가지로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결국 올해 신임임원으로 올라서기가 하늘의 별을 따는 것보다 힘든 형편.
실제로 삼성전기의 경우 올해 임원승진 대기중인 고참부장이 줄잡아 200여명에 이른다. 하지만 그룹방침에 따라 임원승진자는 2~3명에 그칠 것으로 전망돼 승진 가능성은 100대1 정도에 달한다.
L사, S사등 일부 대기업에서는 아예 임원승진 대상자들에게 '올해는 승진이 힘들 것'이라는 사실을 흘리며 인사발표에 따른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 내년 총액임금 올 수준으로 묶어
하반기 경영악화로 영업적자에 접어든 H사는 내년 경영계획을 마련하기도 전에 임금은 동결한다는 방침을 사실상 정했다.
이 회사 한 관계자는 "올해 실적, 내년 경영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한 후 내년 임금문제를 결정하는 것이 순서지만 현재로서는 섣부른 전망을 내놓을 수 없는 형편"이라며 "비용 절감을 통한 생존전략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H사뿐 아니라 삼성, LG, 포철등 대부분의 기업들은 내년 총액임금을 올해수준으로 묶는다는 방침이다. 특히 경기침체로 최악의 실적을 기록할 반도체, 전기ㆍ전자 관련 기업들은 당장 연말 상여금도 대폭 축소할 전망이다.
일부 형편이 좀 나은 기업들은 소폭이라도 임금을 인상시킨다는 방침이지만 이마저도 평균 5%를 넘어서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침체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무턱대고 임금을 올릴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상당수의 기업들이 외환위기이후 최악의 경영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돼 임금을 인상할 형편도 아니다.
◆ 직원간 임금격차 확대
주요기업들의 총액임금 동결, 승진인사 최소화 방침이 확산됨에 따라 내년 임직원들의 임금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 구조조정본부 관계자는 "경영여건상 총액임금은 올해 수준으로 묶어놓되 전직이나 퇴직등 자연발생적으로 발생하는 결원분을 인센티브 형태로 실적에 따라 배분한다는 것이 그룹 방침"이라고 말했다.
올해부터 연봉제를 확대적용하고 있는 LG, SK등도 총액임금은 동결시킨채 임직원들 사이의 임금격차를 크게 하기로 했다. 쉽게말해 전체임금의 규모는 건드리지 않고 능력있는 사람에게 몰아주겠다는 말이다.
재계 관계자는 "금리, 물가인상등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미국 테러사태이후 기업마다 초특급(슈퍼)인력에 대한 투자는 무제한으로 늘리는 추세여서 총액임금을 동결하는 것은 사실상 일반 샐러리맨의 임금을 축소시키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기기자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