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STX그룹주들이 유동성 위기설을 잠재우며 일제히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STX가 계열사 자산매각에 이어 2,50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을 통해 모두 1조원 이상의 자금을 조달한 상태여서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1조4,000억원 규모의 차입금은 무난히 상환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10일 유가증권시장에서 STX그룹주들은 대체로 강세를 이어갔다.
STX는 전날보다 0.93% 내린 1만5,950원에 장을 마쳤지만 이번 주 들어서만 14% 넘게 올랐다. STX조선해양과 STX엔진, STX팬오션도 이번 한 주 각각 24%, 16%, 13%씩 올랐다.
STX그룹주들은 지난해 유동성 위기설이 불거지며 주가가 하향곡선을 그려왔다. 그러나 최근 STX유럽 자회사인 STX OSV(해양지원선 건조 조선소)의 매각에 이어 지난 7일 STX팬오션의 BW발행이 결정되면서 재무구조 개선 기대감이 커졌고, 이에 따른 저가매수세가 유입되며 그룹주가 강한 반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STX팬오션에 따르면 BW 발행 규모는 총 2,500억원으로 일반 공모 방식으로 발행이 진행된다. 주관사인 동양증권이 최대 1,000억원을 인수하고 나머지는 한국투자증권, 현대증권, 이트레이드, LIG, KB투자, 유진, 한화증권 등이 나눠 사들인다. STX팬오션은 당초 BW발행으로 2,000억원을 조달하려다 시장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자 발행 규모를 2,500억원으로 확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STX팬오션 측은 "발행을 통해 조달하는 자금 일부는 시설ㆍ운영자금으로 사용할 예정"이라며 "불확실한 금융시장과 해운불황에 대비한 선제적인 현금 확보로 재무 건전성을 유지하려는 목적도 있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STX팬오션의 이번 BW발행이 STX그룹의 재무구조 개선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올해 STX그룹의 상환차입금 1조4,000억원의 만기가 돌아온다"며 "이 중 일부 상환된 금액을 제외한 나머지는 STX OSV 지분(50.8%) 매각 시 유입될 것으로 보이는 7,900억원의 현금과 BW 발행으로 마련하는 2,500억원을 통해 충분히 조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송재학 우리투자증권 연구원도 "BW 발행으로 주당 가치 희석이 불가피해 마냥 긍정적이라고만은 볼 수 없지만, 현재 시장 상황은 자금조달을 비롯한 현금 흐름(Cash Flow)이 중요한 시점"이라며 "2,500억원의 자금을 확보했다는 점이 유동성 우려를 완화시킬 것”이라고 분석했다. 송 연구원은 "비록 해운 업황 부진 속에 1ㆍ4분기까지는 실적이 엉망이겠지만, BW 발행이 확실해졌고 높은 공모 경쟁도 예상돼 향후 전망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BW발행이 재무구조 개선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박은경 삼성증권 연구원은 "BW발행으로 확보하는 자금이 그룹 전체보다는 STX팬오션을 위한 자금으로만 쓰일 것"이라며 "그룹사 재무구조 개선과는 무관한 자금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STX팬오션의 이번 BW발행으로 주가 희석은 불가피해 보인다.
대신증권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BW의 인수권자가 전액 권리를 행사한다고 가정할 때, STX팬오션의 발행 주식 증가로 기존 주주들의 주주가치 희석은 약 6%수준이 될 전망”이라고 분석하고 목표주가를 기존 9,000원에서 8,400원으로 낮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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