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72까지 일단 백대마가 목숨은 건졌다. 그러나 상변 접전은 백의 실패작으로 보인다. 실리와 세력을 모두 흑이 독차지한 느낌이다. 흑73,75는 두터운 발상. 참고도1의 백1로 응수하면 2로 벌릴 예정이다. “신경질이 나서 아마 백이 손을 뺄거야.” “손을 빼도 살아 있어. 끝내기를 당하는 게 싫긴 하지만….” 87트리오가 예측한 것은 참고도2의 백1로 갈라치는 수였다. 우상귀는 흑이 2로 젖혀도 백3이면 살아 있다. 흑에게 4와 6을 허용하는 것이 뼈아프긴 하지만 말이다. 역시 이세돌은 손을 빼었다. 그러나 그가 둔 수는 우변의 갈라침이 아니고 실전보 76이었다. “세돌이형이 독수를 궁리하고 있어.” 윤준상이 흑77 이하 84를 미리 판 위에 그려 보였는데 조금 후에 그 수순이 실제 상황으로 펼쳐졌다. 검토실에 들어와 있던 서봉수가 허허 웃으며 말한다. “보아하니 좌변의 흑대마는 죽을 운명인 것 같구나.” 하긴 흑도 만패불청하는 도리밖에 없어 보인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