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국내 기업들이 투자자금 마련을 위해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다른 회사 지분을 내다 파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유로존 재정위기 등으로 기업들의 영업활동이 위축되면서 유동성 확보의 수단으로 타법인 지분 매각이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CJ제일제당과 CJ오쇼핑은 18일 공시를 통해 삼성생명 주식 300만주와 100만주를 매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7일 종가에 할인율 5%를 적용할 경우 매각 대금은 약 3,420억원에 달한다. 이들은 매각 이유로 재무구조 개선과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재원 확보를 꼽았다. CJ제일제당에 따르면 이번 매각 대상 지분은 지난 8월 CJ로부터 사들인 것으로 CJ가 지주회사법에 따라 금융회사인 삼성생명의 지분을 가질 수 없게 되자 대신 넘겨받은 물량이다. 당시 외부 차입을 통해 삼성생명 주식을 취득한 CJ제일제당은 이번 처분으로 이자비용을 줄이는 한편 부채규모가 줄어들어 새로운 사업에 진출하기 위한 자금 융통이 더 쉬워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의 관계자는 “삼성생명 지분 취득 당시부터 비핵심자산으로 분류하고 매각 시기를 조율해 왔다”며 “이번에 확보한 자금으로 차입금을 갚아 재무구조를 개선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CJ계열사들의 삼성생명 지분 매각이 대한통운 인수를 위한 자금 마련 과정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나중에 대한통운 인수 자금 조달을 위해서는 부채를 미리 줄여놓는 게 유리하다”며 “지금 당장은 차입금 상환이 주목적이지겠지만 궁극적으로 대한통운 인수를 위한 포석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한솔PNS와 동국실업 등도 신규 투자자금 마련을 위해 최근 타법인 지분을 처분했다. 한솔PNS는 현금 유동성과 투자재원을 확보하고자 지난 13일 계열사 한솔인티큐브 지분 23억원 어치를 매각했고, 같은 날 동국실업 역시 시설투자 자금 조달을 목적으로 계열사 동양철관 지분 500만주(121억원 규모)를 팔기로 했다. 동국실업 관계자는 “평택 공장 임대계약(5년간)이 끝나면 새로운 시설이 필요하기 때문에 미리 자금을 확보해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11일에는 IHQ가 차입금을 상환하고 운영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씨유미디어 지분 147억원 어치 매각을 결정했으며 지난 달 효성ITX가 갤럭시아컴즈 주식 200만주를 팔아 재무구조 개선에 나서는 등 꼭 투자자금 마련이 아니더라도 현금 확보를 위해 계열사 등 타법인 지분을 시장에 내다 파는 기업들이 잇따르고 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유로존 위기 이후 기업들의 영업활동이 위축되면서 유동성 확보의 주요 수단 가운데 하나로 타법인 지분 매각이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올 상반기중 국내 상장사 101개 기업의 현금과 현금성 자산이 19조원 가까이 줄어드는 등 기업 현금 사정이 넉넉치 않은 상황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보유지분이 별다른 수익을 안겨주지 못할 경우 들고 있는 것 보다는 현금화 시켜 투자자금으로 활용하거나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