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그게 독이었다. 방만한 경영과 잦은 노조 파업, 과도한 수준의 임금과 복리후생은 GM을 나락으로 이끌었다. 지난 2008년 일본 도요타에 세계 1위를 뺏겼고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아 파산했다. 구제금융으로 기사회생한 GM은 임금 및 퇴직자 연금을 2009년 74억달러(약 7조5,900억원)에서 올해 41억달러로 축소하고 2015년까지 미국 내 5개 공장 무파업을 선언했다. 늦게나마 노사가 협력하기로 했지만 이미 값비싼 대가를 치른 뒤였다.
반면 미국 채터누가에 있는 폭스바겐 공장은 달랐다. 2월 폭스바겐 채터누가 공장 직원들은 전미자동차노조(UAW) 가입을 부결시켰다. 가입 반대가 53%로 찬성(47%)을 앞질렀다. 이유는 간단했다. "GM 꼴이 나기 싫다"였다.
전문가들은 과도한 노조활동은 기업의 경쟁력을 갉아먹고 되레 일자리를 줄이는 결과를 낳는다고 지적한다. GM의 사례에서 보듯 회사가 파산하거나 생산량을 줄이게 되면 근로자들도 피해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관계자는 "근로조건과 관련한 정당한 요구는 당연히 할 수 있는 권리"라면서도 "그러나 상당수 업체들의 경우 생산성을 뛰어넘는 수준의 복리후생을 요구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노사가 머리를 맞대지 않아 파국을 맞은 것은 GM뿐만이 아니다. 지금은 회사가 공중 분해된 영국의 로버는 강성 노조와 노사 대립에 따른 경영악화를 극복하지 못하고 1967년 레이랜드에 흡수됐다. 이후 국유화와 주인이 바뀌는 과정을 거쳐 현재는 옛 로버 차종들이 브랜드별로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에 분리 매각됐다.
자동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르노 스페인 공장만 해도 근로자들이 파업에 나섰다가 공장 폐쇄상황까지 갔었다"며 "하지만 일자리 자체를 잃을 수 있다는 위기감에 노조는 임금동결과 초과근무 수당을 양보했고 사측도 신규채용을 늘리면서 스페인 공장이 새 모델 생산기지로 거듭나 위기를 극복한 사례의 의미를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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