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으로 볼 수 없는 것을 보게 해주는 도구의 발전은 의학 발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해 왔다. 1590년 얀센이 발명한 현미경은 세포를 관찰하도록 했고, 1895년 뢴트겐이 발명한 X선은 사람의 몸을 직접 들여다볼 수 있게 했다. 그리고 마침내 1973년 폴 로터버와 피터 맨스필드에 의해 처음으로 MRI가 개발됐다. MRI는 우리 몸의 70%나 차지하는 물분자(H2O)를 이루는 수소원자를 이용한다. 예를 들어 에탄올의 경우 ▦탄소와 3개 결합한 수소 ▦2개 결합한 수소 ▦산소와 1개 결합한 수소 등 3종류의 수소가 있다. 이들 수소의 원자핵은 양성자라 불리는 아주 작은 입자인데, 양성자는 (+1)의 양전하를 가지고 지구가 자전하듯 회전하기 때문에 미니자석 같은 성질을 나타낸다. 그런데 자석은 자기장을 형성해 같은 극끼리는 밀고 다른 극끼리는 당기는 식으로 서로 힘을 미친다. 따라서 에탄올의 수소들은 다른 수소들이 만들어내는 자기장을 감지하게 된다. 세 가지 환경이 다른 수소가 감지하는 자기장은 약간씩 다르게 되고, 이 미세한 자기장의 차이를 검출하면 각각 수소의 환경을 조사할 수 있다. 여기서 폴 로터버 박사는 핵자기공명(NMR)의 적용범위를 분자 크기에서 cm단위로 확장, 몸 속 물을 구성하는 수소를 조사하면 인체 내부를 들여다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인체는 부위와 조직에 따라 물의 분포가 약간씩 다르기 때문이다. 이를 테면 종양과 같이 문제가 발생한 부위는 정상 조직과 물의 함량이 달라진다. MRI에 장착된 고감도 자기센서는 신체의 조직의 물이 만드는 미약한 자기장을 감지, 컴퓨터를 이용해 등고선처럼 표시된 것을 영상화한다. 특히 MRI는 종ㆍ횡단면을 모두 찍을 수 있어 뇌질환이나 허리뼈, 근육, 연골, 인대, 혈관처럼 수분이 많은 곳을 선명하게 찍어낼 수 있다. 게다가 그 동안 촬영하기 힘들었던 뇌까지 MRI로 또렷한 영상을 얻는 것이 가능해졌다. 조영제가 뇌의 보호 장벽인 '혈뇌장벽'도 통과해 뇌 속 깊은 곳까지 침투하기 때문이다. 정확도가 높아진 만큼 치명적인 질병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새로운 MRI 조영제의 개발로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간질처럼 뇌에서 진행되던 질병도 훤히 들여다 볼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사람의 몸 속은 물론 마음속까지 꿰뚫어볼 수 있는 MRI가 등장할 날도 상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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