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옛 삼성에버랜드) 공모주 물량 확보 전쟁의 막이 올랐다. '1라운드'는 '국내와 해외 기관투자가'들 간 전면전이다.
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제일모직이 지난달 24일부터 홍콩·싱가포르·런던·뉴욕 등에서 해외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사전 수요예측을 하고 이날까지 청약신청을 받은 결과 7조원이 넘는 돈이 몰렸다. 이로써 해외 기관의 사전 경쟁률은 9.2대1 정도로 집계됐다.
제일모직의 해외 기관 청약신청 마감일이 오는 4일인데다 마감 직전에 청약신청이 집중되는 점을 고려하면 해외 기관 경쟁률은 삼성SDS 수준을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SDS의 경우 해외 기관 청약금은 12조원, 경쟁률은 45대1을 기록했다.
한 증권사 기업공개(IPO) 담당 임원은 "국내 기관 수요예측 전에 7조원 넘는 돈이 들어온 것은 해외 기관투자가들이 상당히 관심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기관들은 3일부터 이틀간 진행되는 기관투자가 대상 사전 수요예측을 앞두고 해외 기관투자가 못지않게 공모주 확보에 열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삼성SDS보다 기관이 청약할 수 있는 절대 주식 수는 많지만 서로 확보하기 위한 경쟁은 오히려 더 치열하다"며 "최대한 받을 수 있는 만큼 물량을 배정 받으려고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도 이번 수요예측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제일모직이 기관투자가 대상 기업설명회(IR)를 하기 전에 국민연금 담당자와 미팅을 한 것으로 안다"며 "국민연금이 증권사에 분석자료도 받아갔다고 들었기 때문에 수요예측에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IB 업계에서는 이번 제일모직의 기관수요예측이 올 들어 최고치를 경신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올 들어 기관수요예측 경쟁률이 가장 치열했던 곳은 삼성SDS(651.5대1), 쿠쿠전자(598.9대1), BGF리테일(337.1대1) 순이었다.
제일모직 상장주관 대표 주관사인 KDB대우증권은 3~4일 국내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사전 수요예측을 하고 청약신청을 받는다. 희망공모가는 4만5,000~5만3,000원이다. 기관 수요예측 결과를 토대로 이르면 5일께 공모가를 확정하고 10~11일 일반 투자자 청약을 진행한다. 전체 공모규모는 1조2,937억~1조5,237억원 수준이다. 이 가운데 50%인 6,500억~7,500억원을 기관투자가에 배정할 예정이다.
증권가는 이날 제일모직에 대한 분석 보고서를 내놓으며 흥행에 불을 붙이는 모습이었다. 한국투자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제일모직이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등 해외 인덱스펀드가 추종하는 해외 지수에 조기 편입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또 KTB투자증권(030210)은 이달 중순께 유가증권에 상장할 제일모직의 목표주가를 7만원으로 제시했다. 7만원은 제일모직의 공모희망가 상단보다 32%나 높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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