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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합동지주(005620)가 계열사인 대성산업(128820)을 살리기 위해 1,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수혈한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 부실 여파로 빚에 짓눌려 있는 대성산업도 보유 자산을 대거 매각하며 자체적인 재무구조 개선에 힘쓰고 있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성합동지주는 전날 공시를 통해 계열사인 대성산업에 1,000억원을 단기 대여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계열사인 대성산업가스가 금융기관으로부터 1,000억원을 차입해 대성합동지주에 대여해주고 다시 이를 대성산업에 빌려주는 식이다. 대성산업은 지주사로부터 조달한 자금을 차입금 상환에 사용할 계획이다.
대성합동지주가 계열사에 자금을 수혈하고 나선 것은 PF 부실에 따른 손실로 인해 대성산업의 재무구조가 매우 취약한 상황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4분기 말 기준 대성산업의 부채비율은 413.7%, 총 차입금은 1조4,810억원에 달한다. 1년 내에 만기가 돌아오는 단기차입금은 3,198억원 수준이다. 반면 현금성 자산은 426억원에 불과하다.
'대성산업 구하기' 프로젝트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대성산업에 수혈된 단기대여 자금만도 820억원이다. 지난해 두 번에 걸쳐 대성산업 유상증자에 참여해 752억 원을 출자한 것을 감안하면 직간접적인 자금 수혈 규모는 1,572억원에 달한다.
시장에서는 대성합동지주가 최근 전환사채(CB) 발행 등을 통해 현금을 확보하려는 것도 대성산업 지원 차원으로 해석한다. 대성합동지주는 지난 21일 케이원인베스트먼트와 브로드스트리트프린서플인베스트먼트홀딩스를 대상으로 각각 1,375억원과 825억원 규모의 대성산업가스 CB를 발행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CB를 통해 조달한 자금 중 1,200억원은 관계사 단기 대여금으로 쓰일 예정이다. 시장에서는 대성산업 지원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대성산업을 제외한 여타 계열사들의 자금 사정이 나쁘지 않기 때문이다.
그룹 차원의 계열사 정상화 노력과 더불어 대성산업도 보유 자산 매각 등을 통해 자체적인 재무구조 개선 노력을 하고 있다. 지난해는 디큐브시티 오피스, 쉐라톤 서울 디큐브시티 호텔 등 각종 자산을 매각해 4,000억원을 조달했으며 올해 안에 용인 구갈 역세권 사업장과 디큐브시티 백화점 매각을 추진할 방침이다.
대성산업 측 관계자는 "최근 몇 년 사이 부동산 경기 악화로 부실한 PF 사업장 등을 대위변제로 인수하면서 부채비율이 급속도로 높아졌지만 이 과정에서 시행사 명의의 토지를 인수했기 때문에 부채 상환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자산 매각 등을 통해 올해 안에 1조원 조달이 가능한 만큼 현재의 위기는 일시적인 문제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대성산업은 건설 사업부의 규모를 대폭 축소하고 에너지와 유통 부문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재편할 계획이다. 건설 사업부는 앞으로 아파트 등 큰 프로젝트에는 참여하지 않고 그룹 내부의 소규모 공사만을 전담한다. 대성산업 측 관계자는 "기존 주력인 에너지 사업 부문이 견고한 성장을 유지하는 가운데 유통사업 부문도 매출 기준 지난해 30% 가까이 성장했다"며 "올해 유통사업 부문의 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EBITDA)이 흑자로 돌아서고 내년에는 영업이익이 흑자전환에 성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성산업의 주가는 재무구조 개선 노력에도 연일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대성산업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전 거래일보다 2.85% 내린 4,600원에 거래를 마치며 4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일 년 전 1만1,000원대에 머물러 있던 주가가 어느새 액면가(5,000원) 미만까지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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