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영화 배급시장이 대기업 자본의 독주가 심화되는 가운데 충무로 '토종' 배급사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고 있다. CJ엔터테인먼트ㆍ쇼박스ㆍ롯데엔터테인먼트 등 '3대 메이저'의 스크린 장악력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충무로의 '간판' 격인 시네마서비스 등은 제대로 된 라인업을 채우지 못하고 있는 실정. 스튜디오2.0, 청어람 등 중소 배급사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에 따라 막강한 배급라인업을 지닌 주요 배급사들의 점유율이 높아져 한국영화 스크린 확보 경쟁은 더욱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 ◇3대 배급사 전체 개봉작 36% 차지 = 영화 배급사들이 올 1월부터 8월까지 개봉하는 영화를 집계한 바에 따르면 국내 3대 메이저의 작품은 총 42편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워너브라더스 등 할리우드 직배사 작품 수(37편)를 넘어서는 것으로 상반기 전체 개봉 예정작(8일 현재 기준 116편)의 36.2%에 해당한다. 메이저들의 영향력은 단순히 작품 수에 그치지 않는다. 올 상반기부터 대규모 한국형 블록버스터를 줄줄이 내놓으며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CJ엔터는 70억~100억원 규모의 '모던보이' '신기전' '놈놈놈' 등을 준비 중이며 상반기께 개봉할 예정. 경쟁사인 쇼박스도 올 여름 '왕의 남자' 이준익 감독의 신작 '님은 먼 곳에'와 한중일 합작 대작 '적벽대전1'을 배급한다. 이들 작품의 제작비는 각각 70억~80억원, 700억원으로 '와이드 릴리즈(wide release)'될 전망이다. 이 외에도 '추격자' '가루지기' '다찌마와 리' 등이 대기하고 있어 지난해 수준(28편)을 유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롯데엔터도 8월말까지 7편의 국내외 영화를 준비하고 있다. 이연걸, 류덕화 주연의 '명장'은 설 연휴를 앞두고 개봉되며 해외 메이저 배급사와 합작으로 블록버스터를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토종 배급사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시네마서비스는 현재 '뜨거운 것이 좋아' 등 확정된 라인업이 3편에 불과하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동안 13편을 배급한 것과 비교, 76%가 감소한 것이다. ◇스크린 독점 현상 심화 우려 = 올 한국영화는 CJ엔터의 주력작인 '놈놈놈' '신기전'등과 같은 대작의 성패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 작품은 전국 2,000여개 스크린 중 각각 500~600여개를 차지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특히 정우성ㆍ이병헌ㆍ송강호가 출연한 오리엔탈 웨스턴 '놈놈놈'은 지난해 개봉된 '괴물'의 스크린 수(620개)를 넘어설 것이란 관측이 나올 정도. 괴물은 개봉 당시 스크린 독점으로 관객 쏠림 현상이라는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물론 블록버스터를 '와이드 릴리즈'하는 전략은 할리우드 등 해외에서도 이미 보편화된 것이지만 중소형 영화가 설 자리가 없게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지난해 일부 작품들은 스크린을 확보하지 못해 개봉일자를 연기하기도 했다. 류형진 영화진흥위원회 연구원은 "와이드 릴리즈의 보편화로 스크린 확보 경쟁이 날로 심화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중소형 영화의 경쟁력이 약화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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