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對美 태스크포스팀 구축을
입력2003-03-30 00:00:00
수정
2003.03.30 00:00:00
미국에 살면서 들은 두가지 얘기다.
뉴저지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있었던 일이다. 한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한국은 미국이 큰 희생을 치르면서 도와준 과거의 고마움을 모르는, 배은망덕한 나라”라고 거의 매일 말했다는 것이다. 이 얘기를 들은 한국 학생이 선생님에게 정식으로 항의했다고 한다.
또 미국 고등학생들 사이에서 수출을 많이 해서 미국에 잘 알려진 한국의 대표적 기업에 대해 비아냥거리는 얘기들이 오간다는 것이다. 차마 그 내용을 지면에 옮기기 어렵지만, 한국 기업 상호를 머릿 글자로 풀어 미국에 위해를 가하는 양 농담을 하고 있다. 어린 학생들의 조크이긴 하지만, 미국 사회 저변에 한국에 대한 분위기가 악화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는 예다.
이런 반갑지 않은 얘기들을 그냥 간과할 수만 없다. 미국 언론의 부정적인 한국 보도와 때를 같이 해서 미국 사회 구석구석에서 한국을 좋지 않게 보는 시각이 생겨나고, 어린 학생들에게까지 파급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기 때문이다.
지난해 가을 이후 한국에서 일어난 횃불 시위 등 반미 분위기가 이곳에 전해지고, 북한 핵 문제가 불거지면서 미국 정부와 의회, 싱크탱크는 물론 신문ㆍ방송등의 오피니언 리더들이 한국에 부정적인 정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이미 뉴스는 아니다. 보다 중요한 것은 미국 현지의 반한 분위기가 사회 밑바닥에서 흐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국에서는 이런 분위기를 뚜렷하게 짐작하지 못하는 것 같다.
정부는 오는 5월로 예정된 노무현 대통령의 방미를 앞두고 악화된 한미 관계를 풀기 위해 대규모 친선 사절단을 미국에 파견할 계획을 발표했다. 그런대로 반가운 소식이다. 미국에 구축된 다양한 인맥을 활용해서 대미 관계를 개선하고, 조지 W 부시 행정부와의 우호적 관계를 정립하며 한국에 대한 미국의 투자를 활성화하려는 계획은 시의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이 소식에 접하면서 현지에서 느끼는 몇 가지를 전하고자 한다.
한국이 세계유일의 초강대국임을 자타가 공인하는 미국과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긴밀히 조율하고 협조하는 것은 불가피한 현실이다. 이런 관점에서 현재와 같은 어려운 한ㆍ미 여건을 극복하기 위해서 우리는 어떤 일을 해야 할 것인가.
첫째, 지금 구상중인 방미 사절단 같은 행사를 일회성 행사로 그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큰 일이 있을 때나 평상시나, 어느 대통령의 정부이든지 간에 한국은 대미 관계를 조율하고 관계를 유지하는 상설 시스템을 구축, 제도화함으로써 한ㆍ미 간에 뿌리 깊은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 아울러 사회 각 분야에서 폭 넓은 접촉과 교류가 있어야 하며, 주기적이고 지속적 노력이 있어야 한다.
둘째, 이들이 만나서 할 내용이 잘 정리돼야 한다. 한국의 역사 의식에서 북한 핵 문제, 반미정서에 대한 견해, 새 행정부의 이념과 정책방향 등 개인의 의견보다는 현 정부의 의지가 담긴 내용이 전달돼야 한다. 새 정부가 들어선지 한달이 지났지만 이곳 미국에 전달된 내용에 혼선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재벌 개혁만 보더라도 과거를 청산하겠다는 의지인지, 미래 지향적인 개선에 중점을 두는 것인지 분명치 않다는 목소리가 미국에서 나오고 있다.
셋째, 경제 정책을 발표할 때 국제사회의 반응이 어떠할 것인지를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다. 정부가 경제 조치를 취할 때 국내 여건을 우선 감안해서 결정하는 것은 불가피하겠지만, 경제의 국경이 무너지고 모든 경제활동이 개방된 현실과 추세를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한국의 경제 조치는 한국에 투자한 외국인은 물론 잠재적 투자가까지 즉각 반응한다는 점을 늘 염두에 두어야 한다. 한국 경제는 1997년 외환 위기 이후 시장을 완전 개방했기 때문에 경제정책의 자그마한 변화나 주요 기업의 소식이 세계적인 관심사가 되고, 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리트 저널과 같은 영향력 있는 미국 언론들이 이를 즉각 보도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미국에 있는 폭 넓은 잠재적 자원을 활용하자는 것이다. 미국 주류 사회에서 활동하는 1.5세나 2세 한인들과 협조하고, 미국 사회 각 분야의 친한 인사들을 활용할 경우 더욱 효과적인 네트워크가 형성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면에서 우리는 이스라엘의 미국접근 전략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이스라엘은 본국 정부와 기업, 미국내 유대인으로 구성된 막강한 로비 팀을 구성, 미국과 세계여론을 유리하게 이끌고 있다. 한국도 국익을 위해 정부가 중심이 되어 유일 강대국 미국에 접근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이를 주도할 태스크포스 팀을 구성해야 할 필요가 있다. 정부와 기업은 물론 현지 동포와 친한적인 미국인까지 포함하는 획기적인 네트워크를 구축,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유지하는 방안을 강구할 때가 됐다.
<김영만 (주미 한국상의 명예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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