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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 두려워 않는 조직문화 TV 디자인 혁신 비결"

강윤제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디자인팀장


"좋은 디자인은 디자이너 개개인의 역량이라기보다는 그 회사의 실력과도 같습니다. 과거 보르도 TV가 나올 수 있었던 것도 디자이너가 예쁜 TV를 그려서가 아니라 그런 의사결정을 할 수 있고, 그것을 밀어붙일 수 있는 조직문화가 뒷받침됐기에 가능했습니다."

강윤제(사진)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디자인팀장(전무)는 최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디자인 리더십'에 대해 이렇게 정의했다. 시장의 판도를 바꾸는 디자인이 탄생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제안하고, 또 이를 받아들일 수 있는 시스템이 전제돼야 한다는 뜻이다.

그는 이러한 차이가 일류와 삼류를 가르는 기준이 된다고 말한다. "뭐든지 되는 방향으로 생각하는 곳은 일류 기업입니다. 하지만 실패가 두려워 해보지도 않고 미리 안 되는 쪽으로 생각하려는 분위기가 쌓인다면 결국 삼류 기업이 될 수밖에 없죠."

강 전무는 1994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줄곧 삼성 TV의 디자인을 도맡아온 인물이다. 특히 그가 2006년 디자인한 와인잔 모양의 '보르도 TV'는 오늘날 삼성전자의 8년 연속 세계 TV 판매 1위 달성의 주춧돌을 놓은 제품으로 평가 받고 있다. 그는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7년 당시 38세의 나이로 최연소 임원에 올랐고, 지금까지 '자랑스런 삼성인상' 디자인상을 3회나 수상했다.

강 전무가 요즘 가장 많은 관심을 쏟고 있는 것은 바로 '커브드 UHD(초고해상도) TV'다. 그가 디자인을 총괄한 커브드 UHD TV는 올해 삼성전자가 차세대 TV의 주력으로 밀고 있는 제품이다.



강 전무는 커브드 TV의 디자인에 앞서 TV가 가진 본질에 먼저 주목했다. 그는 "점차 TV가 대형화되는 추세 속에 사용자가 화면에 몰입할 수 있도록 화려함은 배제하는 대신 단순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디자인을 추구했다"며 "음질도 사운드 자체는 '최대화'하되 시각적으로는 '최소화'하도록 스피커 배치에도 많은 공을 들였다"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커브드 UHD TV는 지금까지 삼성전자가 추구해온 디자인적 가치의 총합이라는 설명이다.

강 전무는 삼성전자의 디자인 철학에 대해 독창성을 뜻하는 '오리지널리티(originality)'라고 말한다. 그는 "오만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우리만의 독창성을 찾기 위해 경쟁사를 신경쓰기 보다는 소비자가 인정하는 가치를 뛰어넘는 디자인을 만드는데 주력해왔다"고 설명했다.

최근 삼성전자는 조직개편을 통해 강 전무가 이끌던 디자인그룹을 디자인팀으로 격상하고,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이 속한 UX그룹도 디자인팀으로 편입시켰다. 앞으로 TV 디자인에 더욱 힘을 실어주겠다는 의미다. 그는 "과거 디자인이 제품의 마지막 단계에서 '데코레이션'해주는 개념이었다면 이젠 사업 초기 깜깜하고 막막할 때부터 새로운 길을 제시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디자이너 역시 '데코레이터'가 아닌 기업에 창의력을 불어넣는 '크리에이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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