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경기도 곤지암CC 8번홀(파5). 남용 당시 LG텔레콤 사장은 골퍼들의 ‘꿈’이라는 앨버트로스를 기록했다. 파3홀에서 홀인원을 하는 확률이 1만분의 1이라면 규정 타수보다 3타나 적게 공을 홀 안에 넣는 앨버트로스는 200만분의 1의 확률이라고 한다. 홀인원이 운이라면 앨버트로스는 실력과 운이 동시에 따라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로부터 7개월이 흐른 지난해 12월19일. 남 사장은 LG전자 부회장에 올랐다. ‘글로벌 기업으로의 도약이냐, 좌절이냐’는 위기를 겪고 있는 LG전자가 구원투수로 남 부회장을 내세운 것이다. 남 부회장은 ‘현장경영인’, ‘구조조정의 마술사’ 등 다양한 수식어를 달고 다닌다. LG텔레콤의 동기식 IMT-2000 사업권 취소와 함께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던 남 부회장을 구본무 회장이 다시 LG전자로 불러들인 이유는 뭘까? 더 이상 물러날 수 없다는 위기 의식과 함께 LG전자를 현장에서부터 변화시켜 글로벌 기업으로 한 단계 도약시키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작용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남 부회장이 2007년을 빛낼 CEO로 꼽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남 부회장은 오랜 해외 관련 업무를 담당하면서 합리성에 기반한 경영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 남 부회장이 가장 싫어하는 것은 한국사회의 고질적인 병폐인 ‘맥’. 학맥과 인맥에 상관없이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평가와 사전 검증작업을 거친 뒤 한번 신뢰가 쌓인 직원에 대해서는 끝까지 깊은 신뢰로 힘을 실어준다. 남 부회장은 토론을 좋아한다. 어떤 문제라도 부정정인 시각으로 단정하고 접근하는 것을 싫어하며 항상 임직원들과 심도깊은 대화를 통해 건설적이고 합리적으로 해결하는 것을 우선으로 생각한다. LG전자 CEO로 남 부회장이 당장 손댈 부문은 휴대폰사업(MC사업본부). LG전자의 휴대폰 사업은 빠른 성장세를 보였지만 삼성전자ㆍ소니에릭슨 등 프리미엄급과 노키아ㆍ모토롤라 등 중저가급의 벽에 모두 부딪히며 적자를 고민해야 하는 사업으로 몰리고 있다. LG전자내에서는 남 부회장이 지난 8년간 LG텔레콤 사장의 경험을 살려 휴대폰사업 체질 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삼을 것으로 보고 있다. 휴대폰 업계에서는 이번 LG전자 인사에서 이동통신사업자의 수장을 지낸 남 부회장과 초콜릿 등 LG전자 휴대폰의 브랜드 정체성을 되찾는데 앞장 선 안승권 본부장의 궁합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남 부회장이 LG전자 CEO로서 성공의 열쇠는 휴대폰 사업의 수익성 회복이 될 것”이라며 “우선 영업이익률 5%를 맞추는 데 주력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 밀리고 있는 디스플레이 사업의 부활도 남 부회장의 숙제다. LG전자ㆍLG필립스LCD 등 전자계열사의 양대 CEO가 교체되며 1인 부회장 체제로 의사결정 구조가 수직계열화 된 만큼 2007년은 LG전자 디스플레이 사업에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급한건 삼성전자ㆍ소니ㆍ마쓰시타 등 에게 내준 평판TV 시장의 주도권을 탈환이다. 디스플레이 업계에서는 LG전자내 마케팅 사령탑인 강신익 부사장을 디지털디스플레이(DD)사업본부장으로 발탁과 함께 LG전자의 디스플레이 전략이 재편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단 PDP에 주력했던 TV 사업을 LCD TV쪽으로 다양화하는 동시에 PDP 모듈 사업은 제조원가 절감과 함께 50인치 이상 초대형, 풀HD 등 프리미엄 모듈 위주로 재편될 것이란 전망이다. 정기임원 인사 이후 LG전자 임직원들은 어느 때 보다 바짝 긴장하고 있다. 남 부회장이 이제껏 해왔던 경영스타일로 봐서 한층 강도 높은 혁신이 뒤따를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LG전자 관계자는 “김쌍수 부회장이 순화적인 LG전자의 문화를 도전적이고 혁신적으로 변화시켜 놓았다면 남 부회장은 보다 더 세련되고 글로벌하게 조직문화를 변화시켜 초일류기업으로 갈 수 있는 기반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임직원들은 남 부회장이 LG텔레콤 사장 시절 각종 사안마다 수많은 전담팀(TF)을 운영하며 새로운 과제를 강하게 추진했던 경험에 비춰 LG전자내 조직도 프로젝트별 유연성이 한층 강화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남 부회장의 지인들은 LG전자 CEO로 2007년을 맞는 남 부회장에 대해 “앨버트로스를 하면 3년은 재수가 좋다고 한다더니 LG전자 CEO로 다시 전선에 선 남 부회장에게 어떤 행운이 다가올 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 남용 부회장 약력 ▦1948년생 ▦1967년 경동고등학교 ▦1976년 서울대 경제학과 ▦1976년 LG전자(옛 금성사) 수출 1과 입사 ▦1986년 LG그룹 기획조정실(부장) ▦1989년 LG그룹 기획조정실(이사) ▦1996년 LG 경영혁신추진본부장(전무) ▦1997년 LG 경영혁신추진본부 전략사업개발단(부사장) ▦1997년 LG전자 멀티미디어사업본부장(부사장) ▦1998년 10월 LG텔레콤 대표이사(부사장) ▦2007년 LG전자 CEO(부회장) |
"업무 프로세스 개선 주력" 2007년은 LG전자가 세계 최고 수준의 프로세스를 갖춘 기업으로 도약하는 원년이 될 것입니다. 우선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스를 강화하는 한편 직원들의 업무 프로세스를 개선하는데 주력을 할 계획입니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What to do(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비슷한 생각과 판단 능력을 갖고 있지만 'How to do(어떻게 해야 하는지)'의 문제로 들어가면 천차만별입니다. LG전자가 이미 세계적인 기업으로 올라섰지만 아직은 GE(제너럴일렉트릭)이나 도요타, P&G와 같은 세계 최고 기업들의 수준에는 아직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성공하는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의 차이는 업무의 프로세스를 어떻게 풀어나가느냐에 따라 판가름 날 것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현재 LG전자의 상황을 냉정하게 돌아봐야 합니다. LG전자의 업무프로세스 개선의 중심에는 고객이 있습니다. 상품을 개발할 때도 초기부터 고객이 만족할 수 있는 신기술과 아이템을 기반으로 삼아야 합니다. 광고ㆍ커뮤니케이션도 밑바탕에는 고객이 최우선 돼야 합니다. 임직원에게는 항상 즐거운 마음으로 일하는 것 뿐 아니라 고객에게 즐거움을 주는 'Fun & Fun' 경영을 펼칠 것입니다. 모든 경영활동을 고객중심으로 펼치는 '고객가치경영'이 LG전자의 2007년 최우선 과제가 될 것입니다. 고객중심적 가치창출을 기반으로 경쟁사와 차별화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해 고객으로부터 인정 받고 사랑받을 수 있도록 고객가치경영을 최우선 경영이념으로 삼겠습니다. 이를 위해 고객에 대한 철저한 이해를 바탕으로 고객이 원하는 것 이상의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고객으로부터 인정을 받아 기업가치를 높이겠습니다. 내부적으로는 '강하고 지혜로운 인재들의 회사'를 경영철학으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평가에 의해 인재를 등용하고, 우수인재들이 적합한 업무를 통해 마음껏 능력을 펼칠 수 있도록 장을 마련해 주도록 하겠습니다. 또 LG 출신이라면 다른 어느 분야에 가더라도 최고 인재의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강하고 지혜로운 인재 육성에도 힘을 기울일 계획입니다. LG전자는 2007년 고객과 주주, 그리고 사원들을 위한 가치창출에 힘써 진정한 글로벌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모든 열정을 다할 것입니다. 특히 고객가치를 획기적으로 증대시킬 수 있도록 전략 제시와 함께 이를 달성하는데 필요한 세계 최고 수준의 역량을 구축하겠습니다. ◇ 주요 경영메시지 ▦고객중심의 가치창출
▦세계 최고 수준의 업무 프로세스
▦강하고 지혜로운 인재육성 ● CEO가 권하는 한권의 책 '도요타 방식'
"사람위한 시스템이 성공비결" '세계 2위의 자동차 제조업체', '자동차 1대당 수익률이 가장 좋은 회사' 흔히 도요타 자동차를 표현하는 말입니다. 도요타의 성공비결은 무엇일까요? 라는 질문을 임직원들에게 자주 던집니다. 답은 각양각색입니다. 열명 중 9명은 '도요타 생산 시스템Toyota Production System' 또는 'TPS'로 알려져 있는 '린 생산'을 꼽습니다. 하지만 도요타의 성공비결은 담은 '토요타 방식'의 저자 제프리 라이커는 도요타의 성공 비결을 '사람을 위한 시스템'과 '이익을 사회로 환원하는 기업정신' 등 을 강조합니다. 도요타의 계속된 성공은 인간의 동기와 사람들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한 깊은 비즈니스 철학에서 비롯됐다는 것입니다. 결국 전략을 기획하고, 부품업체와의 관계를 형성하며, 학습조직을 유지하기 위한 리더십과 팀, 문화를 육성하는 능력이 도요타를 성공으로 이끌었다는 것입니다. '도요타 방식'은 저에게도 의미 있는 책입니다. LG텔레콤 CEO로 부임하며 시작한 도요타 배우기는 LG텔레콤에 변화와 혁신 바람을 일으켰으며 가입자 700만명 달성의 기폭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또 한권의 책은 짐 콜린스의 'Good To Great' 입니다. 실력으로 이끌어가는 리더십, 거울을 통해 자기 자신을 바꾸어가는 리더십, 팀원의 개발을 도와주는 리더십 등 리더가 취해야 할 3대 행동방침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리더는 맡은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실력을 갖추어 사업을 이끌면서 팀원을 지도할 수 있어야 하며 리더 본인의 리더십 개발 필요사항을 파악하고, 강하좌우 피드백을 통해서 자기자신을 개발하려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전개해 팀원의 개발을 적극 도와줘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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