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펀드에 투자한 투자자라면 지난해는 그야말로 울고 싶은 한 해였을 것이다. 금값 하락에 금 펀드는 지난해 30%에 가까운 손실을 내 테마형 펀드 가운데 수익률이 가장 저조했기 때문이다. 시장전문가들은 앞으로는 금 가격이 박스권에서 제한적인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과거처럼 금 펀드를 고수익 상품으로 보지 말고, 안전한 대안투자 대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기준으로 설정액 10억원 이상인 금 펀드 10개의 지난해 평균 수익률은 -32.87%로 집계됐다.
에프앤가이드가 테마형으로 분류하는 펀드 38개 펀드형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수익률이 가장 높았던 금융펀드(해외)의 수익률 28.05%와는 60% 가까운 차이가 난다. 금 펀드 다음으로 수익률이 저조했던 주식형 원자재(-20.91%)와 원자재(-17.71%) 펀드보다도 크게 부진했다. 금 펀드는 중장기 수익률도 부진해 2년(-33.20%)과 3년(-32.31%) 수익률도 낮았다.
지난해 국제 금 가격 폭락이 금 펀드의 추락으로 이어진 것이다. 지난달 금 가격은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점진적인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를 결정하며 40개월 만에 온스당 1,200달러 선을 밑돌기도 했다. 지난해 초 온스당 1,700달러 수준에서 30% 가까이 하락한 것이다. 이는 지난 1981년 이후 연간 최대 하락 폭이다.
금 가격의 약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연준의 양적완화 축소 정책으로 금에 대한 투자 목적인 안전자산 수요와 인플레이션 헤지(hedge) 목적이 약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증시에 상장된 14개 금 상장지수상품(ETP)의 금 보유량이 지난해 31% 줄었다. 자산으로 환산할 때 695억 달러에 달할 뿐만 아니라 32년 만에 최대 낙폭이다. 블룸버그 설문조사에서는 내년에도 311톤 가량이 ETP에서 추가로 빠져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소시에떼제네랄도 지난 12년 동안 금값을 지지해오던 요인들이 사라지고 있어, 내년에도 하락세가 이어지며 금 관련 상품들의 매도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금값 하락추세는 피할 수 없지만, 폭락 수준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이미 금값에 대한 조정이 충분히 이뤄졌기 때문이다.
이석진 동양증권 연구원은 "미국이 테이퍼링을 시작하면서 금값 약세는 어쩔 수 없다"면서 "다만 지난해 급격한 가격조정이 이뤄지며 1,200달러 선까지 내려온 상황에서 앞으로는 지난해와 같이 급락 가능성은 현저히 낮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유경하 동부증권 연구원은 "달러 강세와 안전자산 선호현상 약화로 상반기에도 금 가격은 부진을 이어갈 것"이라며 "실물 펀드에서 자금이탈이 지속되고 인도의 금 수입이 줄어 올 상반기 1,200~1,450달러에서 움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금 최대 수요 국가인 중국과 인도의 수요는 꾸준히 이어질 전망이어서 견고한 지지선을 구축할 것으로 예상한다. 일각에선 중국의 경기가 회복될 경우 일시적인 금 가격 반등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서지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금 소비를 이끌어 갈 주체인 중국 경기의 반등 모멘텀이 상반기에 크게 부각될 수 있다"며 "이 경우 금 가격은 반등 탄력을 받아 온스당 1,450달러 수준까지 상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금 가격이 박스권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투자자 입장에서는 고수익을 노린 공격적 투자 보다 안전자산으로의 가치에 무게를 둔 대안투자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 연구원은 "지난 몇 년 동안 금은 안전자산이라기 보다 글로벌 양적완화에 따른 통화량 증가, 금에 대한 투기성 자금 유입 등으로 가격이 급등하며 위험자산에 가까운 취급을 받아왔다"며 "앞으로는 급등 가능성에 무게를 두기 보다 금융 안정성이 악화되거나 위험자산 선호현상이 약화될 때를 대비한 대안 자산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이어 "금 가격의 급등락 위험이 낮은 상황이기 때문에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파생결합증권(DLS)이나 글로벌 경기 회복 영향을 받을 구리 등 산업금속에 관심을 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전했다.
기대수익률 연 7~10%… DLS 투자 딱이네
■ 금, 포트폴리오에 담고 싶다면
손실 위험구간 신경쓰고 조기상환 요건도 체크를
금을 투자 포트폴리오에 담고 싶다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파생결합증권(DLS)에 관심을 가져 볼 만하다.
DLS란 원자재 가격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지 않으면 증권사가 약속한 수익률을 지급하는 상품이다. 기존의 금 펀드와 달라 금 가격이 뚜렷한 상승 국면이 아니어도 안정적인 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현재 증권사들은 금을 비롯해 은, 원유 등 원자재 상품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DLS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금에만 투자하기 보다는 원자재 중 2~3개 상품을 편입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기대수익률은 대부분 연 7~10% 정도다.
DLS 상품도 주가연계증권(ELS)처럼 위험이 클수록 증권사가 제시하는 수익률이 높아진다. 특히 투자자들은 손실 위험구간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손실이 확정되는 금 가격의 수준이 낮을수록 기대 수익률은 낮지만 원금 손실 가능성도 낮아진다. 다만 DLS는 상품별로 조기 상환되는 요건이 다르고, 경우에 따라 투자자금이 장기간 묶일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DLS가 원자재에 투자하는 만큼 3년 이상의 장기 상품보다는 만기를 1년 정도로 짧게 보는 것이 유리하다. 원자재 가격은 변동성이 큰 편이어서 만기가 길어지면 중간에 원금 손실 구간에 진입할 가능성도 커지기 때문이다.
원금 보장을 원하는 투자자는 파생결합사채(DLB)도 고려할만 하다. 자본시장법 개정에 따라 기존의 원금보장형 DLS의 이름이 DLB로 바뀌었다. 원금보장형 상품은 기대 수익률이 연 5% 내외로 낮은 편이다. 그러나 원금 손실을 피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안정적 수익을 기대하는 투자자라면 고려해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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