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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현대證 야심작에 제동

"해외 부동산 기반 ELS 더 만들지 마라" <br>기존 상품 3,000억까진 허용 TF 구성해 판매 한도 등 논의


금융감독원이 윤경은 현대증권 사장이 취임 이후 의욕적으로 선보이고 있는 주가연계증권(ELS) 상품 '케이파이(K-FI) 글로벌' 시리즈에 제동을 걸었다.

케이파이 시리즈가 기존 ELS 상품과 달리 경기변동에 취약한 해외 부동산을 기반으로 설계돼 안전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시장 일각에서는 금감원이 지나치게 보수적인 잣대를 들이대 증권사의 상품개발 의욕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6일 금융감독당국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최근 현대증권에 "앞으로 더 이상 해외 부동산을 신규로 헤지자산에 편입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현재 계약이 체결된 부동산의 임대수익 한도(3,000억원) 내에서 ELS 발행은 허용하겠지만 더 이상 해외 부동산을 기반으로 한 ELS상품은 만들지 말라고 지도한 것이다. 현재까지 현대증권의 케이파이 시리즈 판매액이 1,235억원이기 때문에 앞으로 1,765억원 규모만 더 팔 수 있다는 얘기다.

케이파이 시리즈는 지난해 6월 취임한 윤 사장이 야심 차게 내놓은 상품이다. 연 수익률이 4% 초반으로 경쟁사 상품 대비 0.4~0.5%포인트 높고 원금보장률도 95%에 달해 출시 때마다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지난해 9월 1호 상품이 출시된 후 지금까지 총 4차례 발행돼 1,235억원어치를 팔았다. 300억원 안팎인 모집금액에 매번 1,000~1,500억원이 넘는 청약금액이 몰려 5대1의 경쟁률을 기록할 정도로 관심이 높았다.



케이파이 시리즈가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는 것은 해외 부동산 수익을 담보로 얹어주는 독특한 구조 덕분이다. '케이파이 1호'는 일본 니시카사이점 빌딩 임대수익을 나눠주는 방식이고 다른 시리즈도 일본의 요츠야 빌딩, 이온(AEON) 빌딩, 런던 워터사이드(Waterside) 빌딩 등을 활용해 수익률을 높이고 있다.

금감원은 케이파이 시리즈가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기 위해 해외 부동산에 투자한 점을 문제 삼았다. 해외 부동산은 경기변동에 매우 취약하고 가격의 등락 폭이 큰데다, 임대수익 역시 임차인의 지불 능력 등 변수가 다양해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대증권이 고객에게 4% 초반의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기 위해 관련 상품을 고수익 해외 부동산 자산들과 연계해 설계했다"며 "해외 부동산의 자산가치는 경기변동에 민감하게 움직이기 때문에 상품의 안정성이 떨어질 수 있고 회사의 건전성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시정을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대증권은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해외 부동산을 운용해 연간 9~10%의 임대수익이 발생하기 때문에 각종 비용을 제외하더라도 4% 수익률을 제공하는 데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일각에서는 금감원이 지나치게 보수적인 잣대를 들이대 증권사의 활로를 막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업황 부진으로 해외로 눈을 돌려 새로운 상품을 개발해 활로를 모색하려는 증권사의 의욕이 금융감독당국의 지나친 규제로 꺾일 수 있다는 것이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동양사태'와 주식시장 침체로 등을 돌린 고객의 관심을 끌기 위해선 케이파이 시리즈처럼 중위험 중수익 상품개발이 절실한 시점"이라면서 "감독당국이 건전성에만 집착하면 증권사들의 상품개발 의욕은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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