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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해 주택담보인정비율(LTV)에 대한 규제가 결국에는 신용대출 등 비주택담보대출을 더 늘리는 것으로 분석됐다. 주택담보대출을 줄이는 효과는 있지만 신용대출 증가로 이어져 결국에는 또 다른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한국은행이 27일 내놓은 '거시건전성 정책수단이 초래하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에 따르면 LTV를 10% 내려 규제를 강화하면 정책의 의도대로 주택담보대출은 2.7% 감소했다. 하지만 비주택담보대출은 3.9%나 증가했다. LTV 규제의 풍선효과인데 거시건전성정책을 그만큼 신중하고 정밀하게 구사해야 한다는 의미다.
한은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총부채상환비율(DTI)·LTV 등 거시건전성 정책이 비교적 잘 정비돼 금융시스템 리스크 발생 위험이 적다고 자부해왔지만 정책 의도와 다른 결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어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LTV 규제의 부작용은 또 있다. LTV를 규제하면 주택 경기 상승기 때는 주택담보대출의 확대를 막아주지만 하락기 때는 주택담보대출 감소폭을 확대시켜 결국에는 주택가격을 낮추는 악순환도 초래한다. 또 LTV 규제가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 등 실수요자의 차입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높다. 정책당국이 장기 분할·상환 대출로의 전환을 유도하면 은행 자산의 만기가 연장된 것에 비례해 은행의 부채가 장기화하지 않을 경우 만기 불일치도 심화된다. 위기가 닥쳤을 때 은행이 도산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얘기다.
정책당국이 시스템적 리스크를 억제하기 위해 거시건전성 수단을 사용할 경우 은행들이 의도하지 않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시스템적 리스크는 금융시스템 장애로 금융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함에 따라 실물경제에 심각한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험을 말한다.
거시건전성 정책에 따른 의도치 않은 결과로는 포트폴리오 재조정, 규제 회피, 유동성 위험 상승 등을 꼽았다. 신용 팽창기에 정책 당국이 경기 대응 완충자본을 부과할 경우 은행은 수익성이 떨어지지 않도록 고위험·고수익 자산은 그대로 둔 채 수익성이 낮은 자산만 감축하려 들 수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거시건전성 정책의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방지하려면 금융기관-시장참가자-정책당국 간 효율적인 의사소통 채널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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