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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高 장기화에 대비해야
입력2003-09-24 00:00:00
수정
2003.09.24 00:00:00
이철균 기자
원고(高) 현상이 우리 경제의 새로운 복병으로 부각되고 있다. 달러에 대한 환율이 한때 1,150원대가 무너지면서 주가가 폭락하고 외환시장이 극도의 불안에 빠지는 등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에 부담을 주고 있다. 그러나 원고는 이미 예고된 것이었고 올들어 꾸준히 진행돼 왔다. 부시 행정부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자국의 무역적자 해소를 위해 공개적으로 저달러 정책을 추진해 온데다 주식시장에 외국인투자 유입이 늘어나면서 외환시장에서 원고 압력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 직접적인 배경이다. 미국의 저달러 정책은 한국 뿐 아니라 일본ㆍ중국 등 주요국의 환율절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문제는 미국의 막대한 무역적자에 비추어 앞으로도 저달러 정책은 지속될 공산이 크고 따라서 원고 현상도 장기화 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연말까지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이 1,100원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가운데 머지않아 달러당 1,000원 시대가 올 것으로 예측하는 전문가들도 없지 않다. 결국 미국의 저달러 정책과 외환수급 사정 등에 비추어 원고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인 추세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 같은 원고는 수출ㆍ입을 비롯해 경제전반에 영향을 주게 된다. 원화강세는 수입가격의 하락으로 물가안정 등 긍정적인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비추어 수출의 가격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수출기업의 환차손을 초래하는 등 부정적인 측면이 훨씬 크다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원화강세에 따른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원화강세를 구조적인 추세로 인식하고 경제체질 강화를 통해 본격적인 원고시대에 대한 적응력을 강화하는 길 밖에 없다. 특히 가격 경쟁력 약화에 직면한 수출 기업들은 원가절감과 기술개발을 통한 고부가가치 제품의 개발 등 품질경쟁력을 높이는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일부 대기업들의 경우 달러당 환율을 1,100원으로 가정하고 내년 수출을 비롯한 경영계획을 수립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환율변동에 취약한 중소 기업들의 경우 환리스크 관리 등과 관련해 은행을 비롯한 전문기관의 지원방안이 강구될 필요가 있다.
외환당국도 환율이 우리경제의 펀더멘털을 반영하는 적정 수준에서 유지될 수 있도록 다각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변동환율제 아래에서 인위적인 환율 개입은 더 큰 부작용을 초래하게 되지만 환투기세력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외환시장에 대한 감시체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원고 자체도 문제지만 단기간 내에 환율이 급변동하는 외환시장의 불안이 더 심각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철균기자 fusioncj@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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