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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손

李相哲 한국통신프리텔사장 과학자라면 누구나, 아니 보통 일반인이라도, 세상이 돌아가는 원리를 알고자 한다. 그러나 주사위를 10㎝ 위에서 떨어뜨려 어떤 숫자가 나오는지 아는 것도 불가능한데 세상만사가 일어나는 것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그러나 지나온 과거를 보면 세상은 그런대로 상당한 합리성을 갖고 진행돼 온 것을 알 수 있다. 또 생물들이 「生存」이라는 키워드만을 몸에 지닌 채 서로 잘 어울려 집단을 이뤄내기도 한다. 실제로 토마스 레이라는 미국의 교수는 「전자생물」이라는, 자기자신을 복제하는 기능만을 가진 프로그램을 가지고 컴퓨터 모의시험(Simulation)을 해봤다. 그 결과 25만6,000 세대 후에 1,180종의 돌연변이가 나타났다. 흥미로운 것은 본래의 전자생물 크기보다 훨씬 작은 전자생물, 즉 「기생체」가 생겨났다. 한참 뒤에는 본래 전자생물보다 길이가 더 긴, 즉 기생체로부터의 면역성을 가진 전자생물이 크게 번식했다. 결국에는 둘 다 「공생」하는 「평형점」을 찾아내더란 것이다. 살아있는 생물체건, 또는 살아있는 「것」들에 의해 만들어진 조직체건 그것이 자라나는 것은 어떤 단순한 내부규칙에 따라 자유롭고도 외부의 명령에 따르지 않는, 그러나 스스로 상당히 자제(自制)하는 구조를 띄게 된다고 한다. 요새 얘기하는 시장경제라는 것이 바로 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스스로 경제의 흐름을 통제하며 서로 모순되지 않게 질서를 유지하는 것 같다. 최근 빅딜이며 구조조정 등을 업체들이 서로의 이익을 챙기며 또 쓸데없는 자존심 싸움 등으로 계속 미뤄오고 있다. 갈길이 쁜 정부는 이를 시장경제에 맡기며 계속 참아내기가 어려운 실정이ㄷ. 또 외국에서 우리를 보는 눈도 결코 달갑지만은 않다. 이젠 기업체도 모든 판단을 시장경제 속에서 생각하고 공연한 자존심 등은 버려야 한다. 정부 또한 이를 지나치게 밀어 부치려 하기보단 시장경제로 업체를 설득해야 할 듯 싶다. 역학(易學)에서는 오행의 작용, 반작용으로 모든 일들이 일어난다고 생각하며 이를 어떤 단순 논리로 해석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만일 모든 것에 적용되는 하나의 이론이 있다면 그것은 실제로는 어떤한 것에도 적용할 수 없는 이론이다. 오히려 요즘처럼 모든 것이 변하는 과도기에는 이 「보이지 않는 손」의 섭리를 받아들여 그에 순응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길로 여겨진다. 그 속에서 좌선하듯 조용히 순응하면 언젠가 그 손이 「보이기」 시작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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