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우리나라 자동차 업계가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미 미국 시장에서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점유율은 하락세다.
4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지난달 미국에서 9만4,775대를 판매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 증가했지만 시장 평균 성장률인 6.1%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업체별로 보면 현대차는 지난해 동월 대비 6.5% 감소한 5만81대를 파는 데 그쳤다. 기아차는 12.4% 증가한 4만4,694대를 판매했다.
이 같은 판매부진으로 현대차의 지난달 미국 시장 점유율은 3.9%, 기아차는 3.5%에 머물렀다. 기아차가 그나마 선전했지만 현대차의 경우 지난 2010년 12월 이후 약 4년 만에 3%대로 점유율이 낮아질 정도로 고전하고 있다.
엔저가 가시화하면서 두 회사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올 7월 8.3%를 기록한 후 줄곧 하락세다. 현대·기아차의 점유율은 △8월 7.9% △9월 7.7% △10월 7.4% 등으로 떨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엔저가 우리나라 자동차 업체에 직격탄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일(현지시간) 한국 기업들이 가장 중요한 수출시장 중 하나인 미국 시장에서 점유율을 잃고 있다고 보도했다. 도요타 같은 일본 업체들이 딜러들에게 제공하는 인센티브를 늘리면서 판매 확대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안젤라 홍 노무라증권 분석가는 "지난해만 해도 일본 자동차 업계에서는 신차를 발표하면서 높은 인센티브를 제공할 필요가 없다고 봤다"며 "하지만 최근 신차효과가 사라지자 업체들이 엔저를 등에 업고 대규모 할인혜택을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반해 현대차는 미국 시장에서 제 값 받기 정책을 펴고 있다. 일본 업체들과 달리 현대차는 미국에서 인센티브 제공금액을 되레 줄이고 있다. 투루카닷컴에 따르면 지난달 현대차가 딜러들에게 제공한 인센티브는 평균 1,547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9%나 감소했다. 반면 혼다는 22.5%, 닛산은 16.6%, 도요타는 3.8% 늘렸다.
현대차의 한 관계자는 "딜러들에게 주는 인센티브를 늘리면 차량 판매는 바로 증가한다"며 "현대차는 수익성 때문에 되레 인센티브를 줄이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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