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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 속 패션] 휴머니스트

[스크린 속 패션]휴머니스트 '3인 3색' 의상 캐릭터 잘 드러내 아버지 납치, 경찰관 살해 등 파격적인 범죄를 저지르는 3명의 젊은이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 '휴머니스트'. 이 영화는 부잣집 아들 마태오(안재모)와 그에게 빌붙어 생활하는 고아출신 유글레나(강성진), 아메바(박상면) 일당이 벌이는 엽기적이고 파렴치한 행각을 블랙코미디로 우리 사회의 치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길을 걷다가 쉽게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영화 속 주인공들의 의상만 봐도 한 눈에 이들의 성격을 알아차릴 수 있다. 도피유학을 갔다 어정쩡하게 돌아와 아버지로부터 용돈을 타 흥청망청 살아가는 청년백수 마태오. 그는 항상 검은색 양복에 흰색 와이셔츠 차림이다. 20대 초반의 젊은이게는 별로 어울리지 않는 이 차림은 일견 음주단속하는 경찰관을 차에 매달고 달아나다 살해하고 아버지를 인질로 자금을 마련하려는 주인공의 악마성을 보여준다. 한편으로는 항상 정에 굶주린 태오의 외로움도 함께 엿볼 수 있다. 유글레나는 고아원 출신으로 미술에 상당한 재능을 지니고 있지만 현실의 벽에 좌절한 채 살아가는 젊은이. 그는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사회에 대한 반항의식을 한 몸에 품고 있다. 붉은 계통의 상의는 항상 들끓고 있는 유글레나의 내면을 비쳐준다. 그러나 스웨터의 올을 자연스럽게 풀어놓는 등 싸구려 옷에도 작은 변형을 가한 점은 그의 예술가적 기질을 보여주는 것이다. 한편 이들을 따라다니는 아메바는 이름 그대로 단세포적인 인물이다. 어릴 적 사고로 뇌 성장이 멈춰버린 그는 덩치는 크지만 오로지 먹는 것과 눈 앞의 만족만을 추구하는 단순무식형. 모자 달린 후드점퍼와 펑퍼짐한 옷차림은 아이와 같은 그의 캐릭터를 명확하게 드러낸다. 의상을 담당한 임명화 씨는 "3명의 주연배우들의 개성이 워낙 강해 오히려 성격을 우회적으로 표현하는데 신경을 더 많이 썼다"고 설명했다. 캐릭터와 의상이 지나치게 일치할 경우 만화처럼 과장돼 버릴 수 있기 때문. 지난 94년 아버지를 살해한 박한상 사건과 여러 차례 신문 사회면을 도배한 각종 강력사건에서 모티브를 따온 이 영화는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옷차림이 바로 사회적 지위와 한계를 그대로 나타내는 21세기 초 우리의 모습도 함께 보여주면서. 김호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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