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빅뱅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 97년 외환위기에서 시작돼 외환은행이 매각되기까지 10년동안 진행돼온 한국 뱅킹시스템의 지각변동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앞으로도 큰 파동으로 진행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외환은행이 국민은행에 인수될 경우 1년후인 2007년에 그 이름이 사라지고, 오는 4월부터 조흥은행이 신한은행에 합병돼 109년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는다. 이에 따라 이른바 외환위기 이전에 5대 은행 서열을 의미하는 ‘조ㆍ상ㆍ제ㆍ한ㆍ서(조흥ㆍ상업ㆍ제일ㆍ한일ㆍ서울)’에 이어 6위 은행이었던 외환은행마저 역사속으로 사라진다. 주택은행과 한미은행까지 합치면 97년 외환위기서부터 10년간 무려 8개의 은행명이 사라졌다. 앞으로도 국내 최대카드사인 LG카드의 매각이 목전에 대기하고, 2년 내에 우리금융지주의 정부 지분 매각과 기업은행의 민영화가 예정돼 있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등 국책은행의 통폐합, 지방은행의 연대등도 은행 빅뱅에 큰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은행 빅뱅은 지난 97년 한국 경제가 막대한 단기외채를 갚지 못했을 때 국제통화기금(IMF)가 시중은행 2개를 해외에 매각하라고 요구, 정부를 이를 수용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이에 따라 국민은행이 외환은행을 인수하면 외환위기 10년만에 외국에 팔린 은행 가운데 1개를 국내에서 되찾는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지난 10년 사이에 주요시중은행 16개 가운데 이름을 지키고 있는 곳은 국민ㆍ신한ㆍ하나은행 3곳에 불과하다. 10년전에 최대은행이었던 조흥은행의 자산이 32조원에 불과했으나 외환은행 인수를 감안한 국민은행의 자산은 270조원으로, 9배 가까이 늘어났다. 소용돌이치는 인수합병(M&A)을 거쳐 형성된 은행의 대형화는 이제 거의 완성단계에 들어가고 있다. 국내 금융 빅뱅의 시동을 건 것은 IMF 경제위기였다. 98년 금융감독위원회의 출범을 계기로 단행된 1차 금융구조조정은 경영 부실이 심화된 지방은행과 후발은행에 퇴출이라는 극약처방을 내렸다. 대동은행이 국민은행으로 피합병되고, 동남은 주택으로, 경기는 한미로, 충청은 하나로, 동화는 신한으로, 충북과 강원은 조흥에 넘어가면서 5개 은행이 퇴출됐다. 이어 랭킹 2위와 4위인 상업과 한일은행이 공적자금을 받은 죄로 한빛은행으로 재탄생했다. 보람은행은 하나은행으로 넘어가고, 국민은행은 장기신용은행을 떠안게 된다. 대우사태로 99년 제일은행이 외국계 사모펀드인 뉴브릿지캐피탈에 불과 5,000억원의 헐값에 매각되는 비운을 겪었다. 2001년 정부는 은행 대형화를 위해 국책은행으로 출발한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의 합병을 중매했다. 한ㆍ미 합작회사였던 한미은행은 대우사태 후폭풍으로 칼라일펀드에 매각된다. 2002년에는 서울은행이 하나은행으로 매각되는 순서로 돌입했다. 2003년에는 외환은행과 조흥은행이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새 주인을 맞았다. 업계1위였던 조흥은행은 대우사태의 후유증에 한보ㆍ쌍용그룹의 붕괴의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신생 신한은행에 넘어가 며칠후면 이름마저 사라진다. 외환은행은 현대그룹의 부실화에다 SK사태까지 겹치면서 2003년 10월 론스타펀드에 매각됐다. 2003년말 카드대란은 LG카드 경영부실로 이어졌다. 그 해 가을 한미은행은 씨티은행에, 제일은행은 다시 스탠다드차타드은행으로 매각된다. 국민은행이 외환은행 인수를 마무리하면 국내 금융권은 국민은행이 선두에 서고, 그 뒤를 신한ㆍ우리은행이 좇고, 하나ㆍ한국씨티ㆍSC제일은행이 따르는 ‘1강 2중 3약’의 질서를 형성하게 된다. 지동현 금융연구원 박사는 앞으로도 은행권의 추가 M&A는 계속될 것이라고 단언한다. 그는 “민영화가 예정된 우리ㆍ기업은행이 늦어도 2008년까지는 매물로 나올 것으로 보여 신한이나 하나은행 입장에서는 둘 중에 하나를 반드시 인수하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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