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들의 수다는 단순 잡담이 아닌 재테크 정보를 얻는 골드채트(Gold-chat)로 아줌마들의 위상은 현모양처에서 부를 확대 재생산하는 가정경영의 최고경영자(CEO)로 바뀌고 있다. 한국의 아줌마들이 달라지고 있다. 아줌마들은 이제 과거와 달리 바쁜 남편을 대신해 가정 사무자(family officer)와 돈 되는 정보를 모으는 FBI(family Business Information) 등의 역할을 수행한다. 이를 통해 자녀를 양육하고 남편을 내조하던 보조적 역할의 현모양처에서 부를 확대 재생산하고 가정사의 경영을 책임지는 ‘전모양처(錢母良妻)’로 변모하고 있는 것. 대홍기획이 20일 도시에 사는 중산층 이상 아줌마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조사해 발표한 ‘아줌마 앤 더 시티(AJUMMA & The city)’ 보고서의 주내용이다. 이 보고서는 전국의 6,000명을 1차 조사한 후 서울 압구정, 대치동, 분당, 목동, 성북ㆍ평창동, 중계동 등 6개 지역의 중산층 이상 아줌마 540명(최저 월 수입 400만원 이상)을 심층 조사했다. 프랑스의 세계언어사전에서는 ‘아줌마(ajumma)’를 ‘집에서 살림하는 40대 이상의 여자로 자녀를 다 키운 뒤 시간과 경제적 여유가 있어 높은 구매력을 가진 한국 특유의 집단’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중산층 아줌마는 과거처럼 남편의 월급에 의존하기보다는 주도적으로 재테크에 나서면서 재무관리 역할을 수행하고 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자의 49.3%가 최고의 재테크 방법으로 부동산을 꼽았으며 다음으로 저축(24.8%), 펀드(15.0%) 순이었다. 펀드 가입자의 월 평균 투자금액은 67만원으로 조사됐다. 또 33.9%의 아줌마가 본인 명의의 부동산ㆍ동산을 가지고 있으며 37.8%는 재테크 강의를 듣거나 관련 서적을 읽고 프라이빗뱅킹(PB) 센터를 방문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줌마들의 수다 모임도 단순히 시간을 때우는 ‘마실’의 개념이 아니라 정보나 돈의 생산 채널로 만드는 이른바 ‘골드채트’ 현상이 두드러졌다. 조사 대상자의 61.9%는 아줌마 수다에 돈 되는 정보가 많으며 67.8%는 정보를 가진 아줌마가 가장 인기가 좋다고 답했다. 흥미로운 점은 아줌마들이 정보를 공유하는 모임에서 교육 정보는 공유해도 재테크 정보는 공유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높게 나타났다. 이로 인해 먹거리(84.4%)나 레저(83.9%), 패션(78.3%) 등의 정보 공유 정도는 비교적 높게 나타난 데 반해 재테크(57%)나 은행상품(60.6%) 등은 자녀교육(70.2%)보다 정보 공유 정도가 낮았다. 자녀에 대한 관심도 높아 가구 지출비용 가운데 부채상환(37%) 다음으로 자녀교육이 32.8%의 높은 비중을 차지했으며 46.1%가 자녀교육을 위해 기러기부부가 될 준비가 돼 있다고 답했다. 조사대상자 540명 가운데 고등학생 자녀를 둔 아줌마는 사교육비로 월 평균 92만원을 지출하고 있으며 중학생은 70만원, 초등학생은 53만원이라고 답했다. 아줌마들은 쇼핑이나 구전 마케팅에도 적극적이어서 소비주도층의 면모를 드러냈다. 10명 중 7명이 구전 정보에 대한 신뢰도를 나타냈으며 쇼핑할 때 남의 의견을 듣고 따른다(57.2%), 남에게 내가 산 물건을 추천한다(60.4%)는 응답자가 많았다. 최숙희 대홍기획 브랜드마케팅연구소 부장은 “최근 가정의 수입이 남편의 근로소득에 의존하기보다 자본소득, 정보소득의 비중이 커지면서 아줌마의 위상이 달라지고 있다"며 "이제 아줌마는 정보수집의 주체이자 의사결정권자로 패밀리 비즈니스를 책임지는 최고경영자가 됐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