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경영자(CEO)와 경제학자들의 70% 가량이 한국경제가 일본식 장기불황에 빠져들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우려했다. 이들은 또 경제 저성장의 가장 큰 이유로 ‘정부 정책의 비일관성과 아마추어리즘’을 꼽았고 올해 경제성장률이 2~3%로 저조할 것으로 내다봤다. 29일 세계경영연구원(이사장 전성철)이 국내기업 CEO와 경제학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경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53명(CEO 29명, 경제학자 24명) 가운데 41.5%는 올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3%대 초반’에 머물 것으로 예상했다. 2%대에 그칠 것이라는 대답도 22.6%에 달했고 3%대 후반을 점치는 의견은 18.9%였다. 전체 응답자 중 83%가 4% 미만의 성장률을 제시한 셈이다. 반면 ‘4%대 초반’이라는 답은 17%에 그쳤고 4%대 후반을 웃돌 것으로 내다본 응답자는 한 사람도 없었다. 일본식 장기불황에 빠질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도 51%가 ‘예전에 비해 장기불황 우려가 다소 높아졌다’고 지적했고 ‘매우 높아졌다’는 응답도 17%에 달했다. 장기불황 가능성이 낮거나 매우 희박하다는 대답은 그 절반 수준인 32%에 불과했다. 이처럼 경제성장 속도가 예상보다 더뎌지게 된 이유에 대해 ‘정책의 비일관성과 아마추어리즘’이라는 대답이 70%로 압도적이었고 ▦고유가 등 대외환경 악화(13%) ▦정치불안과 리더십 부재(9%) ▦분배 위주 정책(6%) ▦대기업규제로 인한 설비투자 부진(2%)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최근의 정부 정책 가운데 경제성장에 오히려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는 ‘부동산투기 억제책’을 꼽은 응답자가 43.3%로 가장 많았고 ▦국가균형발전계획(35.8%) ▦종합투자계획(15.1%) ▦자영업자대책(3.8%)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부동산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대책으로는 ‘부동산 보유세 강화(15.1%)’ 등 규제 일변도의 정책보다 ‘임대주택 등 주택공급 확대’(28.3%)와 ‘신도시 등 강남 대체도시 개발(26.4%)’ 등 시장원리에 부합하는 정책이 더 효과적이라고 응답했다. 경기불황을 극복하기 위한 해법으로는 ‘기업규제 완화(56.6%)’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다수였고 ‘경제 양극화 해소(17%)’와 ‘감세정책(15.1%)’ 등이 뒤를 이었고 재정투자를 확대해야 한다는 대답은 9.4%에 그쳤다. 또 ‘한국형 뉴딜로 불리는 종합투자계획이 하반기 경기를 살리는 데 도움이 된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67.9%가 ‘정부의 기대보다 효과가 크게 못 미칠 것’이라는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했다. 긍정적으로 평가한 국내 CEO와 경제학자는 20%대에 불과했다. 이밖에 정부의 통화정책과 관련해서는 콜금리 수준을 당분간 현 상태로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60.4%로 우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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