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하수 다루기 같은 거칠기 짝이 없는 우격다짐. 구리의 생떼에 최철한은 일단 기분이 상했다. 혼을 내주어야겠다고 생각한 최철한은 가장 강경한 수법으로 맞받아쳤다. 흑1이 그러했고 3과 5도 그러했다. 그러나 백12로 단수를 당하자 그 한 점을 살릴 방도가 없게 되었다. 최철한이 걸려든 것이었다. “뭔가 잘못 되었다. 어디선가 궤도를 수정해야 했던 모양이다.” 최철한의 고백. “애초에 젖힐 필요가 없었던 것 아냐?” 이렇게 물은 사람은 박영훈. 그가 제시한 그림은 참고도1의 흑1이었다. 그것이면 백은 2로 젖히고 흑은 3으로 끊는 바둑이 될 것이다. 백14까지의 절충인데 일단 백이 수습에 성공한 모습이지만 흑15에 손을 돌리면 흑도 충분히 둘 수 있는 바둑이다. 최철한은 박영훈의 의견에 찬성하지 않았다. 참고도1의 흑1이 아무래도 패기부족 같다는 것. 송아지삼총사의 오랜 복기 끝에 얻어낸 결론은 실전보의 흑5가 느슨한 수였다는 것이었다. 참고도2의 흑1이 최강의 응수였다. 백2 이하 흑13까지가 필연인데 이 코스였으면 백이 심히 거북했을 것이라는 얘기. “걸려들어도 너무 심하게 걸려들었어. 마치 최면술에 걸린 것처럼….” 원성진의 말에 최철한은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그러나 절망적이던 상황은 곧 역전되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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