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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탤런트'를 춤추게 하라] ②스웨덴

'시스타 사이언스 시티' 네트워크등 완벽 구비<br>"일회용 인재유치 없다" 숙련인력은 해고 안해<br>기업맞춤형 인력양성 위해 IT대학 별도설립도

시스타는 내로라하는 글로벌 IT기업들이 들어선'인재의 도시'로 각광받고 있다. 세계 각국에서 몰려든 사람들이 울창한 나무로 둘러싸인 시스타 중심가를 오가고 있다.


야네케 슐만 ITU 대외협력 매니저

“글로벌 인재를 키우려면 안정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먼저 만들어줘야 합니다.” 앤더슨 플로트스트룀 스웨덴 왕립공대(KTH) 총장은 “인재를 키우는 대학은 설령 재정이 빠듯하더라도 학생들이 마음 놓고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줄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경제적인 구속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의미다. 스웨덴은 글로벌 인재들에게는 천국이다. 이들은 좁게는 200만㎡(시스타사이언스시티의 면적), 넓게는 반경 25km(스톡홀롬을 중심으로 한 계획도시들) 범위 내에서 연구는 물론 생활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 인재들이 마음껏 활동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마련해 줌으로써 글로벌 탤런트들을 불러 들이고 있는 것이다. 마틴 썬먼 패킷프론트 CEO는 “시스타는 IT인력들에게 안정적인 개발 환경을 제공해 줄 뿐만 아니라 잘 갖추어진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해준다”며 “패킷프론트의 사업 아이디어도 시스타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개발된다”고 말했다. ◇인재의 도시 시스타=“저기 군사시설 같은 곳이 IBM의 단독 연구소입니다.” 시스타(Kista)사이언스시티에 들어서자 김장용 ITU 일렉트롬재단 연구원은 정면에 보이는 숲쪽을 가리켰다. “2~3년 뒤가 아닌 최소 10년 뒤 IBM의 먹거리를 찾고 있는 곳”이라며 “IBM의 미래가 시스타에서 만들어지고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시스타를 잠깐 둘러보면 마치 ‘에릭슨 기업도시’ 같다. 하지만 좀 더 자세히 들여다 보면 내로라하는 글로벌 ITㆍ통신기업들의 간판들이 눈에 들어온다. 글로벌 ITㆍ통신의 미래가 시스타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셈이다. 시스타는 정부나 지자체가 만든 도시가 아니다. 당초 군사훈련장으로 쓰던 곳이었지만 에릭슨이 지난 75년 무선통신사업본부와 연구소를 설립하면서 IBM, 오라클 등 글로벌 기업들이 몰려왔다. 글로벌 기업들이 시스타를 찾은 이유는 당시 무선통신사업의 세계 최고 기술력을 보유한 에릭슨의 인재들과 네트워킹을 하기 위해서다. 2001년 시스타는 명칭을 시스타사이언스파크에서 시스타사이언스시티로 바꿨다. 언뜻 생각하기에는 별다른 뜻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 공원(Park)은 말 그대로 일하다 잠시 쉬러 오는 곳이지만 ‘시티’(City)는 24시간 일하고 생활하는 공간이다. 스톡홀롬시는 세계 언론들이 시스타를 ‘무덤의 관’이라고 조롱했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시스타 타워’를 만들고 164개의 상점과 식당, 11개의 스크린이 있는 최신 극장을 만들었다. 복득규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인재들이 몰려드는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인재가 살 수 있는 생활 환경을 조성해 줘야 한다는 것을 시스타는 알고 있었고 이를 실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회용 인재유치는 없다=스웨덴은 인재의 미래를 본다. 나노산업 관련 벤처기업을 운영하며 한국의 대기업과 협력을 하고 있다는 페터 에흐만에게 한국기업의 인재관리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잠시 생각하던 에흐만은 “직원들이 장사는 참 잘한다”고 말했다. 마케팅 능력으로 단기적인 성과는 올리고 있지만 장기적인 미래를 보지 못한다는 말로 들렸다. 스웨덴 기업의 고용구조는 언뜻 보면 일본의 장인 시스템과 유사하다. 니스 조나스 칼슨 보캅 CEO는 “스웨덴은 일회용 인재유치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2001년 에릭슨은 구조조정을 하며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직원들을 해고했다. 신입이나 경력이 짧은 직원들은 스웨덴의 사회보장시스템으로 실업수당을 받으며 새로운 일자리를 찾을 수 있지만 경력이 오래된 직원들의 해고는 축적된 경험과 기술을 고스란히 경쟁사에 넘겨주기 때문이다. 칼슨 CEO는 “연구인력 특히 숙련된 연구인력에게는 시간이 필요하고 그 시간을 기다려 줄 수 있는 기업만이 인재를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 맞춤형 인재 위해 대학도 구조조정=시스타내에 위치한 ITU는 시스타의 IT연구의 시너지 효과를 위해 99년 스웨덴왕립공대와 스톡홀롬 대학의 IT분야 학과들이 통합해 설립됐다. 세계 10대 대학에 들어갈 정도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던 스웨덴왕립공대가 자존심(?)을 꺾고 스톡홀롬대학의 학과와 통합해 새로운 대학을 만든 것이다. 최근에는 음악프로듀싱과 의학 분야가 IT와 결합되고 있는 추세에 따라 스웨덴왕립음악학교와 칼라스칸 의대 등 IT와 연계할 수 있는 대학들이 속속 결합되고 있다. 울프 칼손 ITU 교수는 “스웨덴은 오랜 산학협동 시스템의 전통이 있다”며 “ITU는 산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현실적인 공부를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에릭슨, IBM 등 글로벌 기업들과 연계해서 운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ITU의 교육은 철저하게 현장중심으로 한다. 스웨덴의 미래산업과 관련된 다양한 교육을 제공하고 있는 만큼 기업들은 자신들이 필요로 하는 기술개발을 대학에 의뢰하고 대학은 새로운 연구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기술을 개발하게 된다. 베이징대를 졸업하고 스웨덴왕립공대에서 박사과정을 진행중인 반쉬팡은 “KTH에서 성공한 기초연구를 ITU를 통해 시스타에서 제품화한다”며 “시스타는 연구와 산업현장이 결합된 곳”이라고 말했다. [인터뷰] 야네케 슐만 ITU 대외협력 매니저
“석사 과정중 1년간은 기업과 프로젝트 진행”
"대학은 교육과 연구도 물론 중요하지만 사회와의 관계에도 충실해야 합니다." 쟈네크 셜만(사진) ITU 대외협력 담당 매니저는 "스웨덴 대학들이 운영하는 수많은 산학협력프로그램은 이익보다는 대학의 '사회적 책임'(Social Responsibility)을 이행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셜만 매니저는 "지난해 에릭슨의 연구원 재교육 프로그램을 오픈한데 이어 올해는 IBM, 마이크로소프트, 시스코 등 세계적인 IT기업들의 재교육 프로그램을 무료로 운영할 계획"이라며 "스웨덴 인재가 아니라 해도 시스타(Kista)사이언스시티에 들어온 인재는 ITU와의 연대를 통해 R&D 능력을 강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ITU의 교육 프로그램 가운데 독특한 것은 석사 과정 중 1년간은 반드시 기업과 공동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해야 한다는 것. 학생의 아이디어가 기업으로 전달되고 최종 제품으로 만들어지는 과정을 체험할 수 있다. 셜만 매니저는 "시스타 내 기업들을 통해 학생의 아이디어를 결과물로 만들어 내도록 하고 있다"며 "아이디어의 파급효과가 클 경우에는 석사학위를 취득한 후 해당기업의 R&D센터로 바로 취업하도록 하고 있어서 연구의 연속성이 확보된다"고 소개했다. ITU는 재학중인 학부생 5,000명 가운데 20%를 외국인 학생으로 채울 정도로 글로벌 인재들이 몰려들고 있다. 셜만 매니저는 "ITU는 세계 어느 대학보다도 인터내셔널 프로그램이 잘 짜여져 있는데다 글로벌 대학간 협력 시스템을 통해 세계 각국의 인재들을 불러 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셜만 매니저는 "학부 졸업생 중 상당수가 ITU의 석사과정으로 들어오고 석ㆍ박사 졸업생들은 시스타내 글로벌 기업의 R&D센터로 흡수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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