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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만 요란한 ‘동북아 허브’
입력2003-07-13 00:00:00
수정
2003.07.13 00:00:00
참여정부는 오는 2008년까지 국민소득 2만달러 달성을 위해 동북아 중심 건설을 핵심 국정과제로 선정,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정부의 계획대로 될 경우 우리 경제는 만성적인 `1만달러의 함정`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를 맞을 수도 있다.
문제는 장밋빛 청사진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 하는 것인데 우리의 현실은 그렇게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동북아 중심 계획에는 외국 기업의 투자유치가 핵심 전제조건이지만 여러 가지 제약으로 인해 외자유치 실적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다국적 기업 아시아본부 유치 계획이다. 정부는 지난해 초부터 외국 기업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는 있지만 세계 100대 기업 가운데 지금까지 한국에 들어온 것은 볼보 하나뿐이다. 경쟁상대인 홍콩이 15개, 일본이 13개, 중국이 6개인 것과 비교하면 형편없는 성적이다.
항만은 사정이 더 심각하다. 정부는 부산항과 광양항을 동북아 중심항만으로 육성하기 위해 컨테이너 부두 선석을 확충하는 등 외국 기업에 손짓을 하고 있다. 하지만 항만을 고부가가치화하는데 필수적인 다국적 물류기업은 단 4개만 들어와 있다. 이는 우리의 경쟁 항만인 중국 상하이항에만 세계 500대 다국적 기업 가운데 150개 이상이 활동 중인 사실과는 엄청난 차이다.
이번에 중국을 방문한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관계자들도 상하이의 변화된 모습에 충격을 받았을 정도로 우리의 경쟁상대인 중국은 엄청난 속도로 달라지고 있다.
그러면 왜 외국 기업들은 한국에 대한 투자를 기피할까. 휠라그룹이 지난달 아시아본부를 서울이 아닌 홍콩에 두기로 한 사례는 이를 가장 잘 나타내주고 있다. 이탈리아 휠라 본사를 인수한 휠라코리아는 가급적이면 우리나라에 아시아본부를 두려 했지만 한국의 상황은 국제적인 비즈니스를 하기에는 너무나 불편했다. 휠라는 한국이 외환 유출입이 자유롭지 못하고 법인세율이 홍콩보다 11%포인트나 높은데다 영어를 구사하는 국민이 극히 적어 15개국 17개 지사를 거느릴 본부의 입지여건으로는 적합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여기에다 노사관계가 협력적이지 못한 것도 휠라 아시아본부가 한국을 떠나는 데 한 몫했다. 한마디로 정부의 동북아 중심 구상이 말만 거창할 뿐 실제 기업활동에는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우리나라를 진정 동북아 중심으로 육성하려면 외국 기업들이 투자활동을 할 수 있는 여건을 하루 속히 마련해줘야 한다. 당국은 휠라아시아본부가 왜 서울이 아닌 홍콩으로 갔는지를 곰곰히 생각해봐야 할 때다. csoh@sed.co.kr
<오철수(사회부 차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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