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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물가" 근본 시각차… 정책신뢰 추락

■ 재정부-한은, 환율·금리 정책 기싸움<br>재정부 "급격한 원화절상 막아 수출·투자 도와야"<br>한은 "금리 내리면 물가상승 압력…부작용 더 커"<br>전문가들 "두토끼잡기 힘들지만 최적조합 찾아야"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수장의 말 폭탄에 외환ㆍ금융시장이 연일 요동치고 있다. 통화ㆍ환율정책을 둘러싼 갈등이 표면화되면서 양측은 서로간 금기까지 어겨가며 공방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갈등이 환율ㆍ통화정책의 주도권은 물론 ‘성장-물가’에 대한 근본적인 시각차와 연관돼 있다는 것이다. 즉 쉽사리 봉합되기 어렵다는 뜻이다. 당분간 수면 밑으로 잠복해도 또다시 터져나올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성장과 물가는 모두 중요한 정책목표로 최근 대외 여건상 동시 달성이 힘들더라도 한 쪽으로 지나치게 쏠리는 것은 옳지 않다”며 “적어도 당국의 갈등으로 시장 혼란이 가중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재정부-한은, 금기까지 건드려=현재 정부와 한은은 환율 및 통화정책을 놓고 연일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가히 정면충돌의 양상이다. 이성태 한은 총재는 25일 “경상수지와 자본수지 적자, 물가상승은 금리인상의 신호”라며 일각의 금리인하론에 쐐기를 박았다. 그는 또 “최근의 환율급등은 일시적 현상”이라며 앞으로 환율하락에 무게를 뒀다. 재정부는 곧바로 반격했다. 강만수 재정부 장관은 이날 오후 “현재의 경상수지 적자 기조를 감안하면 환율이 어디로 가야 할지 자명하다”며 환율상승이 바람직하다고 반박했다. 특히 강 장관은 “재정부 장관은 통화정책에 대해 금통위에 거부권을 가지고 있고 환율에 대해서도 정책권한을 가지고 있다”며 금리결정에 개입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최중경 재정부 제1차관도 26일 고강도의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환율 급변동은 없을 것이라는 지난주의 발언은 급변동이 있으면 정부가 반드시 개입하겠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차관급 고위당국자가 외환시장에 대해 ‘개입’이라는 표현을 직접 사용했다는 점에서 상당히 이례적인 발언이다. 한은은 추가 대응을 자제하고 있지만 부글부글 끓는 분위기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일국의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사람으로서 진중함이나 국제적 감각을 찾아볼 수 없다”면서 “환율ㆍ금리 시장의 혼란을 가중시켜 정책 신뢰감만 떨어뜨릴 것”이라며 반박했다. 통화ㆍ외환정책을 둘러싼 난타전은 기본적으로 ‘성장이냐 물가냐’에 대한 시각이 180도 다르기 때문이다. 정부는 최대한 금리를 낮추고 급격한 원화절상을 막아 기업의 투자나 수출을 도와야 한다는 입장이다. 물가불안을 방치하지는 않겠지만 성장은 포기할 수 없는 핵심 목표라는 것이다. 반면 한은은 성장이나 경상수지보다 물가가 더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금리를 내리면 물가상승 압력을 자극할 수 있고 경기부양 효과보다 자산 거품 초래 등 부작용이 더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 혼란은 갈수록 고조= 문제는 한은과 재정부의 경제운용에 대한 엇박자로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는 점이다. 마치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 격이다. 최고 당국자의 한마디에 춤을 추고 있는 외환시장이 대표적이다. 홍승모 신한은행 차장은 “한은과 재정부의 시각차로 시장은 괴로워 죽을 지경”이라며 “발 빠르게 대응하면 손실을 적게 볼 수 있지만 이런 장에서는 기본적으로 승자와 패자가 확연히 구분돼 결국 곡소리가 나오게 돼 있다”고 강조했다. 채권시장도 마찬가지다. 이달 초만 해도 재정부의 잇따른 성장기조 발언 여파로 금리인하 기대심리가 커지며 국고채 3년물이 기준금리(5.00%) 이하까지 하락했지만 한은의 물가우려 스탠스에 영향을 받아 최근 금리는 상승세로 돌아선 상황이다. 박종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채권시장이 한은과 재정부의 충돌과 환율시장이라는 변수 속에 끼여 방향성을 잃어버렸다”며 “당분간 어느 쪽의 모멘텀이 두드러지냐에 따라 변동성이 커지는 장세가 연출될 것”이라고 전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책임 기관에서 정책운영을 두고 왔다갔다하는 통에 시장은 정신 없고 당국자의 입만 쳐다보는 형국”이라며 “성장이냐 물가냐를 놓고 한쪽에 올인할 수는 없고 균형경제를 위해 어느 쪽이 최적의 조합이냐에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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