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개성공단지점이 지난 60년대 격오지에서 하던 방식처럼 전화로 입출금ㆍ환전 등 제한적인 금융거래만 하지만 전용 통신망 협상이 새해에 타결돼 자금운용을 시작하면 흑자전환도 가능합니다.” 개점 1주년을 넘어선 우리은행 개성공단지점의 김기홍 지점장(51)의 새해 포부다. 우리은행의 개성공단지점은 해외점포로 간주되고 있다. 우리 땅이면서도 국내법 적용을 받지 않는 지역인 만큼 금융감독당국으로부터 해외점포로 허가를 받았고 공단 내 공용화폐도 원화가 아닌 달러화가 사용된다. 김 지점장과 통화를 할 때 며칠 전 KT를 통해 남북한 직통전화가 개통된 덕분에 통화음질은 최상급이었다. 이전까지는 공단 내 2개 회선이 들어와 있는 일본을 경유한 국제전화가 유일한 통신수단이었다. 김 지점장은 “1년 만에 11개 기업이 입주를 완료했고 이들 공장에서 근무하는 북측 근로자만 5,000명이 넘는다”면서 “현재 시범단지에 이어 1단계 분양까지 마친 면적이 전체 계획면적 100만평의 10분의1도 안되는 7만평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개성공단의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얘기다. 지난해 말 현재 개성공단이 보유한 예금은 102만1,000달러. 자금운용을 할 곳이 없어 0%의 이자율로 단순하게 보관만 해주는 예금의 잔액치고는 큰 금액이다. 그는 “전용망이 개통돼 자금운용과 온라인 거래가 가능해지면 지점이 흑자로 돌아서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김 지점장은 우리은행의 기업금융(RM)과 개인영업지점장을 두루 거친 베테랑. 그는 “재임 후 1년 동안 가장 어려웠던 점은 전화선이 2회선에 불과해 가족들과 안부전화도 제대로 할 수 없었던 점”이라며 “이제 편하게 사무실과 숙소에서 가족과 통화할 수 있게 됐다”고 기뻐했다. 그는 내년 초 대학 입학을 앞둔 첫째 아들이 수능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명문대에 들어갈 수 있다는 소식을 듣고 즐거워했다. 김 지점장은 개성공단지점을 남북한 금융교류의 초석으로 만들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그는 “개성공단지점에는 2명의 북측 여직원이 근무하고 있다”면서 “이들은 개성고려경제전문학교 출신의 엘리트들로 금융업무를 배우겠다는 열의가 높다”고 전했다. 그는 “예정대로 100만평에 모든 기업들이 입주하고 인터넷과 전용선이 들어와 서울과 실시간 금융거래가 시작되면 개성공단지점이 우리은행의 주요한 해외점포로 자리잡을 것”이라며 “앞으로 남은 근무기간 2년 동안 개성공단지점을 반석 위에 올려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2005년을 마무리하고 2006년을 대비하는 김 지점장의 목소리에는 희망이 묻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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