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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시장의 순기능 회목을
입력2004-02-05 00:00:00
수정
2004.02.05 00:00:00
지난 1월30일 주택거래신고제 및 주상복합 아파트 공급제도에 대한 내용을 담은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이 입법예고됐다. 당초 주택거래신고제 실시에 대해서는 이런저런 비평도 많았다. 시행기준도 그렇고 정작 실효성이 있겠느냐는 비판 때문이었다. 그런데 정작 모습을 드러낸 `주택거래신고제`는 예상했던 대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일단 `주택거래신고지역`의 지정기준이 허술하다. `주택거래신고지역`으로 지정되기 위해서는 기존의 투기지역 중에서 일정 비율 이상 주택가격이 상승해야 하고 신고대상도 단독주택과 증여 및 상속주택은 제외된다. 결국 앞으로 가격이 다시 반등하지 않으면 시행되지 않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이후 아파트 가격은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당장은 주택거래신고지역 지정이 불가능하다. 결국 차후 가격이 급등할 경우를 대비한 조치라고 볼 수 있다. 또 설사 가격이 다시 오른다고 해도 현재 이중계약서가 만연해 있고 정부 역시 호가 중심의 가격조사 이외에 다른 대안이 없는 한, 거래신고지역 지정을 회피하기 위해 나타날 시장의 도덕적 해이는 가히 짐작이 간다.
그렇다면 주택거래신고제는 단순히 특정 지역의 부동산 경기 과열을 막기 위한 수단이었던가.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부동산 거래의 불투명성은 일부 투기세력을 적발하는 것으로 면죄부를 받아도 되는 것인가. 결국 이번 주택거래신고제는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투기억제 의지`는 담았으나 결국 근본적으로 투기를 막을 수 있는 `시스템 정비`에는 접근하지 못한 엄포성 대책에 그친 것 같다.
이번 시행령 개정의 또 다른 내용은 바로 주상복합 아파트의 분양권 전매 금지와 공급기준의 강화이다. 앞으로 20세대 이상의 주상복합 아파트는 일반 아파트와 마찬가지로 반드시 청약통장에 가입한 사람에게 공급할 수 있으며 국민주택 규모 이하의 75%는 무주택자에게 우선 공급하도록 됐다.
`주상복합 아파트`는 서민용 주택이 아니다. 일반 아파트보다 고급스러운 차세대 주택 유형으로 분양가도 비싸고 입주 후 관리비도 비싼 편이다. 소위 고소득층이 구입 가능한 주택 유형이다. 비록 지금까지는 분양권 전매를 노리고 너도나도 청약에 참여하기는 했지만 이제는 분양권 전매가 금지돼 실제 거주수요자가 아니면 청약하기 어렵다. 그런데 왜 굳이 정부가 또 주상복합 아파트의 청약자격까지 제한하려고 하는 것일까. 고소득층의 주택공급까지 정부가 관여할 필요가 있을까.
정부가 주택시장에 비교적 많이 개입한다는 싱가포르도 일정 수준 이상의 고소득자들의 주택시장에 대해서는 정부가 개입하지 않는다. 대신 이러한 중상위층은 절대로 정부가 공급하는 공공주택을 살 수도 없고 보유할 수도 없다. 즉 임대를 목적으로 하더라도 이들 계층은 공공주택에 참여할 수 없다.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위해 시장을 분리시켜놓은 것이다. 정부의 주택정책 대상은 결국 서민층이지 모든 주택 수요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투기세력을 근절시키는 것은 꼭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그것을 빌미로 시장을 과도하게 규제하는 것은 지양해야 할 것이다. 정부의 역할이 시장 전체를 통제하는 것이 돼서는 안된다. 아니 물리적으로 그렇게 할 수도 없다. 정부는 시장기능이 작동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시장 인프라 조성을 주 임무로 한다. 그리고 정부 정책의 초점은 시장의 실패로 민간시장에서 소외된 서민층의 주거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다. 부디 투기억제를 명분으로 한 정부의 주택정책이 본연의 목적을 넘어서 과도한 시장개입으로 이어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김현아 박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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