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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투자자 증시 외면 美와 역차별화 우려
입력2003-09-05 00:00:00
수정
2003.09.05 00:00:00
홍병문 기자
미 증시 강세에도 불구하고 주식시장이 760선에 갇혀있다.
특히 종합주가지수는 소폭이나마 3일째 약세를 이어갔고 거래량과 거래대금은 더욱 줄어들었다. 연일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는 미 증시와는 차별화되는 모습이다.
외국인이 순매수하고 있지만 개인과 기관이 매도세를 이어가면서 증시 수급여건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기 때문이다.
5일 종합주가지수는 14일째 계속된 외국인 매수세에도 불구하고 기관과 개인의 매도 공세로 전일보다 2.60(0.34%)포인트 하락한 761.55포인트로 마감했다. 전일 미국 증시의 상승세에 힘입어 장 초반에는 상승세로 출발했지만 프로그램 매도까지 겹친 기관의 팔자 공세를 이기지 못하고 결국 약세로 기울었다.
다우존스와 나스닥지수가 연일 상승행진을 이어가며 올들어 최고치를 잇따라 경신하고 있는 것과는 사뭇 다른 현상으로 국내 투자자의 증시 외면 속에 `역차별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증권 전문가들은 미국증시 상승추세와 세계 경기회복 징후가 뚜렷해 장기적으로 상승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하지만 오는 9일 트리플위칭데이(선물ㆍ옵셥ㆍ개별주식옵션) 동시 만기일을 앞두고 기관과 개인 투자자의 눈치보기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보여 당분간 조정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투자자 외면으로 역차별화되는 서울 증시=뉴욕 다우존스와 나스닥지수가 거래일 수로 각각 5일과 7일째 상승했지만 서울 증시는 사흘째 고개를 숙였다. 특히 국내 반도체주는 전일 미국 반도체 등 기술주의 강세에도 불구하고 약세로 마감해 미국 증시와 동떨어진 흐름을 보였다.
특히 거래량과 거래대금은 이날 3억7,000만주와 2조1,000억원 대로 바닥수준을 헤매고 있다. 최근 들어 계속 줄어들고 있다.
이는 기관과 개인이 증시참여를 꺼리고 있는데 따른 것으로 왕성한 식욕을 보이고 있는 외국인과는 정반대의 모습이다.
외국인은 지난 8월 19일 이후 거래일 기준으로 14일 연속 순매수하면서 2조4,000억원치 가까이 주식을 사들였다. 외국인의 14일 연속 순매수 기록은 그 동안 일곱 차례나 있었지만 순매수 액수는 이번이 가장 많다.
김성주 대우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이 글로벌 시각을 견지하며 세계 경제회복에 자신감을 가진 반면 국내 투자자들은 우리 시장 환경에 국한해 투자 전략을 세우다 보니 역차별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기업 실적 예고에 관심 둬야=추석 연휴 이후 9월 중순경부터 미국 기업의 3ㆍ4분기 `실적 예고 시즌(Pre-Earning Season)`이 시작된다. 증권전문가들은 미국 S&P500기업의 3ㆍ4분기 영업이익 증가율이 전년동기 대비 13.3%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2000년 하반기 이후 처음으로 두자리 수 증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보여 증시에 활기를 불어 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성진경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미국 경제 지표가 전망치를 웃돌고 있어 실적 부진을 경고하는 기업 수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반면 올들어 실적 회복에 대한 기대가 최고조에 달한 만큼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실망 여파가 클 수도 있다.
◇추석이후 IT 주 향방이 추가상승의 관건될 듯=외국인이 매수 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국내 투자자들은 아직 매수에 가담하고 있지 않아 당분간 수급 여건에 대한 기대치는 줄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프로그램 매도 물량이 최근 다소 소화된 상태지만 9일 트리플위칭데이까지 쏟아져 나올 수 있는 매물부담이 3,000억원 안팎 수준으로 추정돼 여전히 시장 압박 요인으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8월 21일 이후 보름여 동안 760선에서 머뭇거리며 조정 흐름을 나타낸 만큼 추석 이후에는 방향성을 보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김세중 동원증권 연구원은 “당분간은 강한 상승탄력을 기대하기 힘들다”며 “9월 중순 이후 지수의 방향성은 그동안 국내 증시 주도주였던 IT(정보ㆍ기술)주의 반등 여부에 달려있다”고 지적했다.
박성훈 우리증권 연구원은 “5월 이후 외국인이 전기전자 업종을 가장 많이 매수했지만 8월 들어서는 은행ㆍ운수장비ㆍ기계ㆍ운수창고 등으로 매수 폭을 넓히고 있다”며 “전기전자 업종뿐 아니라 외국인의 매수세가 확산되고 있는 업종과 종목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홍병문기자 hb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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