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주 전문투자 바우포스트등 속속 국내진출<br>“호황 예상되는 업종 공략… 편입종목 참고를”
금융, 조선, 식품, 제약 등 특정업종에 집중 투자하는 해외펀드들이 잇따라 국내에 진출하고 있다. 지난 2002년 한국증시에 첫 발을 내디딘 후 꾸준히 중소형 제약주만을 사들여온 ‘바우포스트그룹’은 이미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대표적인 케이스. 바우포스트그룹은 지난해 이후 제약주 랠리로 대박을 터뜨리면서 더욱 유명해졌다.
이 같이 ‘한 우물만 파는’ 펀드의 경우, 해당 업종과 종목에 대해 보다 깊이 있는 분석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해당 업황이 앞으로 좋아질 것으로 예상될 때 이 같은 전략을 구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어떤 펀드들이 어떤 업종, 종목을 매입하는지 참고하면 투자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한 우물만 파는 펀드 ‘눈길’= 영국계 펀드인 ‘슬로언 로빈슨 LLP’는 지난 9일 한국금융지주 지분 5.15%(272만주)를 신규 취득했다고 금융감독원에 보고했다. 이외에도 현대해상(6.91%), 서울증권(6.45%)를 보유하고 있는 등 금융주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세계적 자산운용사 피델리티 계열의 ‘피드 다이버시파이드 인터내셔널’은 현대백화점, 오리온, LG생활건강 등 대표 내수주를 집중 공략하고 있다. 지난 7일 현대백화점 지분 5.05%를 사들였으며 앞서 지난달 말에는 오리온을, 지난 6월에는 LG생활건강을 매입한 이후 꾸준히 지분을 늘리고 있다.
조선 관련주에만 왕성한 식욕을 보이는 펀드도 등장했다. 미국 소재 투자회사인 ‘웩스포드 캐피탈 LLC’가 그 주인공. 지난 6월 한국에 첫 상륙한 이 펀드는 STX엔진, STX조선, 현진소재, 케이에스피 등
조선주 및 조선기자재 부품업체 주식을 잇따라 매입하는 중이다.
해운 전문 펀드인 ‘게버런 트레이딩 코퍼레이티드’의 경우 현대상선, 흥아해운, 한진해운 에 투자했다. ‘파이어버드 글로벌 매스터 펀드’는 한성기업, 삼호F&G 등 식품업체에 투자해 눈길을 끌고 있다.
반면 건축 관련주에 높은 관심을 보여온 ‘로이드 조지 인베스트 매니지먼트’는 건축업체인대림산업, 금호산업 주식과 건축폐기물처리업체 인선이엔티에 투자했다가 올해 들어서는 차익실현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성향, 수익률은 다양= 투자업종이 다양한 만큼 수익률도 펀드마다 천차만별이다. 또 업종 선택 뿐만 아니라 투자기간에 따라서도 수익률은 크게 달라진다.
‘슬로언 로빈슨 LLP’의 경우 지난해 말부터 사들인 한국금융지주 주식의 평가이익이 무려 568억원에 달한다. 주당 평균 매입단가가 1만262원으로 총 279억원을 투자했는데, 1년새 한국금융지주 주가가 3배 가까이 올라 현재 시가기준 보유금액이 847억원에 달하고 있는 것. ‘피드 다이버시파이드 인터내셔널’ 펀드 역시 투자한 현대백화점, 오리온 등이 52주 신고가를 연일 경신하는 초강세를 보이면서 막대한 이익을 챙기고 있다.
지난 2002년 이후 제약주를 꾸준히 매집해 오다 지난 달부터 조금씩 차익실현을 하기 시작한 ‘바우포스트그룹’의 수익률도 기록적이다. 주당 2만원 안팎에서 사들인 일성신약의 주가가 5만원에 근접하고 있으며, 삼일제약도 주당 3만원선에서 매입한 것이 지금은 8만원을 넘어섰다.
반면 지난해 11월에 첫선을 보인 ‘게버런 트레이딩 코퍼레이티드’의 경우 수익률이 신통치 않다. 1만4,000~1만6,000원대에서 현대상선 주식을 공격적으로 매입했지만 지난 11일 현대상선 주가는 1만4,200원으로 크게 움직이지 않고 있다. 흥아해운이나 한진해운의 경우도 주식을 샀을 당시와 현재 주가 수준이 대동소이하다.
또 ‘리먼브러더스INC-커스터머세그리게이티드AC’는 해운주에 대한 인수ㆍ합병(M&A) 테마가 일면서 대한해운과 현대상선 주가가 급등할 때 주식을 샀지만 1년도 채 안돼 매입가격에도 못 미치는 헐값에 처분하고 한국 증시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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