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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신용평가회사 육성 필요
입력2003-03-19 00:00:00
수정
2003.03.19 00:00:00
최근 우리 경제의 모습은 엉클어진 실타래와 같다. IMF 위기를 어렵사리 넘기고 순탄하게 실타래를 감아오다가 갑작스레 경기(驚氣)에 놀라 손에서 놓쳐버린 꼴이다. 주변에선 언제쯤이나 우리 경제가 정상을 되찾을지 불안해하고 있다.
엉클어진 실타래를 추스르려면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최근의 상황을 분석해보면 이라크 사태를 비롯해 북한 핵, 신용카드 위기, SK사태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여기에서 외생(外生) 변수와 내재(內在) 변수를 가리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중요한 것은 모든 변수들을 한꺼번에 다루려 들지 말고, 단순화해서 문제의 핵심을 찾아내는 일이다.
우선 외생 변수들은 제외해놓고 출발하자. 우리 경제 내부에서, 우리 손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부터 풀고 볼 일이다. 최근의 경제 상황을 악화시킨 내재 변수들을 고려할 때 핵심 단어 가운데 하나는 `신용(Credit)`이라고 볼 수 있을 것같다.
연체율이 급등하면서 경영위기를 맞고 있는 신용카드업계는 물론이고, SK그룹의 분식회계 문제도 아직 신용사회가 정착되지 못한 탓으로 볼 수 있다. 신용카드의 연체율은 고객 신용관리의 문제점과 도덕적 해이에서 비롯됐으며, 분식회계는 기업회계의 불투명성과 신용평가회사의 잘못된 신용평가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과 거래하는 외국 기업들은 첫거래를 틀 때 현지 신용평가회사부터 찾는다고 한다. 그 곳에서 거래회사의 온갖 신용정보를 제공받고 거래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를 찾는 미국기업들은 국내 기업들의 신용정보를 제대로 제공받지 못해 불만을 털어놓곤 한다. 그만큼 우리 사회의 신용 평가 기능이 뒤쳐져 있다는 증거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개인신용평가기관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다. 금융거래의 투명성을 높이고 건전한 소비자금융의 발전을 위해서는 신용정보회사(CB: Credit Bureau)의 육성이 시급한 과제이다. 미국의 경우 ACB, 트랜스유니온 등 민간 CB들이 다양하고 신뢰도 높은 신용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신용정보도 이젠 신용사회의 핵심 인프라다. 보다 고도화된 신용정보 관리를 위해서는 민간 신용정보회사들이 보다 정밀하게 신용정보를 가공-축적하도록 유도하고, 세금 연체나 부도 등 공공 정보를 집중해 서비스하는 정책 접근이 필요한 것 같다.
<박세훈(삼성카드 상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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