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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가짜화폐 천국?
입력2001-05-20 00:00:00
수정
2001.05.20 00:00:00
美달러서 이라크貨까지 위조지폐·채권 봇물미국 달러화에서 이라크 디나르화까지 전세계 위조·모조지폐와 가짜 채권이 한국으로 몰려들고 있다.
국내에 반입되는 위조지폐의 종류와 금액이 다양화, 거액화하고 있는 것.
'슈퍼노트'라 불리는 정교하게 위조된 100달러권 지폐는 물론 수천만달러 짜리 가짜 돈과 채권이 나돌고 이라크 '디나르'화를 이용한 사기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심지어 미국에서 화폐 수집가의 기호품으로 제작된 1억달러짜리 가짜 돈이 한국시장에서 진짜 돈으로 둔갑하는 사례까지 발생했다.
정부는 이에 따라 관세청은 물론 국가정보원까지 동원, 위조지폐와 국제사기조직의 침투방지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위조기술이 정교해지고 유입경로도 다양해져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가짜 미국 채권 조심
전세계적으로 피해가 늘고 있는 신종 사기 수법. 올들어 캐나다와 미국에서만 각각 250억달러, 1조달러 규모의 가짜 채권사기 사건이 발생했다. 그만큼 한번 사기 당하면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게 된다.
지난 98년 국내에서 적발된 가짜 미국 채권만 19억2,500만달러(1,000만달러권 182매, 500만달러권 21매)에 달한다. 드러나지 않은 실제 유통은 이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유입경로는 주로 중국, 러시아. '미국 CIA가 30~40년대에 중국 공산당과 전쟁중인 장개석 정권을 지원하기 위해 발행한 채권'이라고 속이는 게 통상적인 수법이다.
문제는 식별이 어렵다는 점. 미국에 감정을 의뢰하는 데도 시간이 걸린다. 사기단은 은행에서 발급받은 보호영수증 등을 내보여 진짜 채권처럼 믿게 만든 후 '급전 융통'을 이유로 절반 가격에 판매하는 수법을 쓰고 있다.
◇1000달러권 미국 지폐 있나?
없다. 지난 45년 이전까지 500달러, 1,000달러, 5,000달러, 1만달러, 10만달러 등 5종이 발행된 적이 있지만 69년 이후 유통이 금지됐다. 현재 통용중인 최고액은 100달러 짜리 지폐다.
그런데도 사기가 통한다. 심지어 관광상품으로 제작된 100만달러권 모조화폐가 진짜 미국돈으로 둔갑하는 경우도 있다.
사기단은 진짜 화폐 인쇄에 사용되는 요판인쇄, 미세문자가 삽입된 위조방지 요소까지 들어갈 정도로 모조화폐를 정교하게 만들고 미국 정부 보증서까지 내밀며 일확천금을 노리는 투자자들을 기만하고 있다.
99년부터 지금까지 국내에서 적발된 모조화폐는 10억3,900만달러에 이른다.
◇염색 미화 사기
한동안 무역사기로 이목을 끌었던 '나이지리아 사기단'의 신종 수법이다.
사기수법과 내용이 황당무개하지만 속아 넘어가는 사람이 적지 않다. '미국 정부가 아프리카나 아시아의 반정부군 지원 등에 사용하기 위해 달러화를 몰래 찍어냈다.
이를 정상적인 지폐로 만드는데 필요한 특수잉크의 구입비를 내달라'는 것이 주 내용.
사기규모는 주로 10만달러 안쪽으로 중소규모 무역업체가 사기대상이다.
◇이라크 '디나르'화 사기
이라크 디나르화는 국제사회에서 유통이나 환전되지 않는 화폐.
걸프전 이후에는 통화가치 폭락으로 현지에서도 구매력이 통하지 않아 사실상 화폐로서 가치를 상실해가고 있는 상태다.
사기꾼들은 디나르화를 국내로 대량 반입한 후 이라크내의 거래환율 1디나르:0.6원)보다 6,700배나 높은 공식환율(1디나르:4,020원)을 제시하면 50% 정도를 할인해 교환하는 수법을 사용하고 있다. 무역업체는 물론 일반인의 피해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피해를 당하지 않으려면
국제사기단과 각종 위폐, 심지어 관광상품인 모조지폐까지 쏟아져 들어오고 있는 것은 두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 떳떳치 못한 돈이 국내에 그만큼 많다는 것이다. 외화 환전 후 다시 원화로 바꾸는 돈세탁을 원하는 '검은 원화'가 국제 사기단의 먹이감이다.
두번째는 일확천금을 원하는 사회풍토. 경찰 관계자는 "적발된 나이지리아 사기단이 '한국인들은 겉으로는 똑똑한 것 같지만 일확천금한다고 하면 대부분 이성을 잃는 것 같다'고 말했을 때 얼굴이 화끈거렸다"고 말했다.
문제는 2002년 월드컵과 부산 아시안게임 등 대규모 국제행사를 앞두고 있어 국제위폐조직의 국내 침투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
국가정보원 국제범죄정보센타 관계자는 "최근에는 기업은 물론 일반인들도 국제사기조직의 사기 대상에 포함되고 있다"며 "우선 조금이라도 이상한 거래는 즉시 신고하는 게 사기피해를 막는 길"이라고 말했다.
신고전화 국가정보원 국제범죄정보센타 080-999-1112
권홍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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